당신의 신

[읽고 나니까 쓰고 싶어져]

by 영랑

당신의 신

김숨

문학동네

(초판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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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면,

달리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랑 중에서도 어느 잔혹한 형태에 관한 이야기랄까.


“이혼이 나는 통과의례 같아. 나도, 당신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시속 백이십 킬로로 고속도로 위를 달리다 만난 터널처럼.”


이혼을 하려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그의 역사와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 또는 순간을 지나야 한다. 그것이 편협한 오해였든, 오랜 경험에서 나온 깊은 성찰이었든 나는 모두가 어떤 놀라운 계기를 통해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고 믿는다.

결혼도 이렇게 숨 막히는 일생의 사건인데,


김숨은 그 결혼을 지나,

결혼이라는 사건이 무르익다가 불현듯 이혼에 이르게 되는 그 쉽지 않은 시간들마저도 지나,

‘이혼’이야말로 삶의 ‘통과의례’라고 말한다. 통과해야 하는, 거쳐야 하는, 지나야 하는 것, 곳, 장소, 사건.


책은 <이혼>, <읍산요금소>, <새의 장례식>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로 묶여있다.

<이혼>에서 아빠에게 엄마는 신이었다. 엄마는 처절하게 아빠의 인생을 연민하고, 구원한다. 통과의례를 거치치 못한 부부는 신과 인간이 된다.

<읍산요금소>는 거쳐도, 거쳐도 끝내 또 거쳐가야만 하는 통과의례의 반복되는 굴레를 은유한다.

<새의 장례식>은 은유된 굴레의 한 지점을 현실로 구성한다.


우리의 일상은 사랑하는 너에게서 나를 분리해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어렴풋이 짐작한다.

나의 폭력으로부터 너를, 너의 폭력으로부터 나를 갈라놓는 일이라고.

"희멀건 육수에 담겨 나온 냉면 가락을 말없이 건져 먹으면서",

"푹 쪄진 만두를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미역국에 만 밥을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반복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 결국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고 해도 말이다.


메모한 문장들


16-17p

"우리는 도대체 언제 부르는거야?응?"

"우리 차례가 되면 부르겠지."

[...]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그녀는 생각한다. 저들은 언제까지 자신들을 우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61p

"부부가 그렇게 무서운 거란다......"


64p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103-104p

"우리는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꿈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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