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

by 영랑


오늘같이 좋은 날

습관처럼 맨발의 샌들을 신고 나오면서도

바람이 싸늘해서 얇은 외투를 입으면 딱 좋은 날

하늘은 높고 눈 앞이 투명한 날

걷고 또 걷을 수 있는 날


40대 50대가 되어도 나는 너랑 약속을 잡고

하늘 아래서 만나겠지

천장이 있는 집보다는 하늘이 보이는 하늘 아래서

만날 때까지 설레겠지 분명히 아침에 봤는데도


요즘있었던 자랑거리를 조잘대겠지

남들한테는 맘 편히 하지 못했던

스스로 장했던 순간들을 기다렸다는듯 털어놓겠지

웃고 웃고 어깨 들썩이며 마시고 또 울고


나는 너가 참 좋다고

맨날 하는 고백을 수줍은 듯 또 하겠지

그러다 꼭 내일이 오기 전에 졸기 시작하겠지

착한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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