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니까 쓰고 싶어져]
카를로 로벨리 /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쌤앤파커스
(초판 2014, 한국어번역 2016.02.26.)
과학은 동경의 대상일 뿐 감히 내 관심사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온 내가 이 책을 산건,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이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게다가 150장도 되지 않는 적고, 또 작은 판형과 시작하자마자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라며 나를 안심시키는 문장이 마음을 열었다.
책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공간과 열과 시간과, 우주와 인간 등에 대한 저자의 짧은 강의들로 이루어져 있다. "말도 못 하게 간단"해서 아름답다는 상대성이론조차 과연 내가 바로 이해한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나름 한 가지 아름다운 사실을 발견할 수는 있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오직 ‘상호작용’을 통해서라는 사실.
객관적으로 불변하는 어떠한 현실이나 현상, 실체가 있어서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실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그 실체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너를 통해서만, 너는 나를 통해서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적어도 나는 양자역학의 대답, 즉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을 그렇게 이해했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이 세상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 하는 것뿐 이라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질 때 또는 세상을 대하는 내가 달라질 때, 나 그리고 그 세상에 대한 설명도 달라질 수 있다고.
그럼 상호작용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세계가 특정 조건의 사람들하고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또는 내가 한 가지 익숙한 방식으로만 세계와 소통하려고 하고 있다면,
세계도, 나도 고인 물 안에서 작용은커녕 좌절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내가' 적응하는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반대로 '세계' 자체를 변화시키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상호작용 할 수 있을까,,,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여긴 어디고 또 나만 왜 여기 있나. 문득 길을 잃어버렸다면,
조금은 낯설게 과학의 대답을 들추어 보는 것은 어떨지.
물론, 대답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이 될 수도 있지만.
43p
양자물리학 이론들은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면서, 한 물리계가 다른 물리계에 어떻게 인지되는지만 설명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한 물리계의 본질적인 실체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일까요? 그저 물리학 역사에서 거쳐야 할 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현실은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될 수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의미일까요?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109-110p
객관적인 '여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주 객관적인 상황에서는 '현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미세한 상호작용들이 하나의 체계[예를들면 우리 자신]에 의해 시간적인 현상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이 체계는 무수한 변수들의 평균을 통해서만 상호작용을 합니다. 우리의 기억과 의식은 이러한 통계적인 현상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현상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어서 아주 예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가정하면, '흐르는' 시간은 존재할 수 없고, 우주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장벽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의식이 있는 존재인 우리 인간은 세상의 퇴색한 모습만 보기 때문에 시간을 살게 됩니다. 이 책의 편집자는 "분명한 것보다 불분명한 것이 훨씬 많다."고 했는데, 이 내용에 아주 잘 맞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세상의 모호함 덕분이기 때문이지요.
123p
그러니까 우리의 지식에는 세상이 반영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재조명하기도 합니다.
우리와 세상의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와 자연의 나머지 부분을 구분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세상의 사물들은 꾸준히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그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함께한 다른 사물들의 상태를 알고 흔적을 얻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사물은 서로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합니다.
하나의 물리 체계가 갖고 있는 다른 체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의식적이거나 주관적이지 않습니다. 물리학은 그저 어떤 무엇인가의 상태와 다른 무엇인가의 상태의 관계를 규정하는 조건일 뿐입니다. 비 한 방울에는 하늘에 구름이 있다는 정보가 담겨 있고, 한 줄기 빛에는 그 빛이 나온 물질의 색상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시계에는 하루의 시간에 대한 정보가, [...] 우리 뇌에는 우리가 경험을 하는 동안 쌓은 정보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첫 번째 것은 이제까지 수집하고 교환하고 축적하고 꾸준히 연구해온 풍부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