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봄에 왜 유독 노란 꽃이 많이 눈에 띄는지 알아? 예를 들면 산수유, 개나리, 수선화 같은 꽃말이야.”
“글쎄, 봄…이라서?”
“뭐,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유독 노란색을 좋아하는 꽃등에라는 곤충이 있어. 꽃등에가 기온이 낮은 초봄부터 부지런히 꽃가루받이를 해서 그렇다는 일본 식물학자가 있으니까. ”
“아, 그러고 보니 곤충이 색맹인데 노란색만 알아본다는 걸 어디서 읽은 것 같기도 해.”
“맞아. 곤충은 대부분 자외선만 볼 수 있는데 노란 꽃에는 자외선에 반응하는 색소가 있대. 근데, 곤충이 꼭 색으로만 꽃을 구분하는 건 아냐. 향이나 모양으로 구분하기도 하거든.”
“하긴, 내가 말한 논리라면 봄에 피는 목련이나 진달래, 벚꽃을 설명할 방법이 없긴 하네.”
“우리가 흔히 알록달록 핀 꽃이라는 말을 하잖아. 꽃이 어떻게 다양한 색을 가지는지 알아?”
“음, 색소 때문이 아닐까? 당근이나 가지, 시금치 같은 채소처럼.”
“오~ 맞아. 붉은색 꽃과 푸른색 꽃은 ‘안토시아닌’이 들어있고, 노란색 꽃과 주황색 꽃은 ‘카로티노이드’가 있어. 흰색 꽃은 색소를 가지고 있지 않고 세포 속에 들어있는 공기가 빛을 받아 흰색으로 보이는 거야.”
“아, 목련은 색소가 없어서 희다?”
“그렇지. 개나리는 카로티노이드가 있어 노란색이고, 진달래는 안토시아닌 때문에 붉은색을 띠고.”
“안토시아닌은 전혀 다른 붉은색과 푸른색을 어떻게 낸다는 거야?”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리트머스 종이 기억나? 산성에서는 붉은색을 띠고, 알칼리성에서는 푸른색을 나타내던. 안토시아닌이 딱 리트머스 종이 같아. 작년에 샀던 파란 수국 있지. 수국은 산성흙에선 푸른색 꽃이 피고, 알칼리성 흙에선 붉은색 꽃이 펴.”
“오호, 그거 재밌네. 근데 아까 당신이 물은 노란색 꽃이 유독 봄에 많이 보이는 건 왜 그런 거야?”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아직 광합성을 시작하기 전이라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야. 그래서 비교적 에너지를 덜 필요로 하는 노란색을 선택하는 거지. 붉은 꽃이나 푸른 꽃은 한 번 더 화학작용을 해야 해서 힘이 더 들거든.”
“아하, 가장 적은 에너지로 꽃을 피우기에는 노란색이 제격이다? 노란색에 그런 의미가 있었다니!”
“동양에서는 노란색이 부귀, 행복을 상징하는 색이라 노란색 꽃을 많이 심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어.”
“하긴, 인간도 자연도 하나의 논리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긴 하지.”
“근데, 개나리나 진달래도 색소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야. 꽃에는 각 계열의 색소가 같이 들어있어. 그게 햇빛의 가시광선 중에 어떤 파장(색깔)의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을 갖는 거래.”
“그렇다면 지구상에 있는 꽃들이 구현하지 못하는 색깔은 없겠네?”
“아니, 딱 한 가지 있어. 바로 검은색이야. 꽃이 검은색을 띠려면 모든 가시광선을 흡수해야 하는데 자연계에는 모든 빛 파장을 흡수하는 색소는 존재하지 않는다네.”
“왜? 흑장미 있잖아!”
“흑장미는 어두운색을 띠는 거지 완전 검은색은 아니야.”
“아, 그런가?”
“그리고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온도에 따라서도 꽃 색이 달라져.”
“온도에 따라서? 어떻게?”
“고구마꽃은 보통 자줏빛이지만, 온도가 2℃ 이하로 내려가면 장미처럼 붉은빛이나 붉은 자줏빛으로 변한대. 또, 라일락은 원래 연보랏빛이지만, 30도가 넘는 온도에서는 흰색을 띠고. 높은 온도에서는 식물이 색소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야.”
“허, 신기하네.”
“난 이런 꽃과 인간이 닮았다고 생각해. 사람도 다양한 색을 갖고 있잖아. 그게 환경이나 만나는 사람, 하는 일에 따라 저마다 혹은 때때로 다르게 발현될 뿐이지.”
“하긴, 당신도 카라처럼 맑고 꾸밈없다가도 장미처럼 뾰족한 가시를 드러낼 때가 있지. 은방울꽃처럼 단아하다가도 수국처럼 붉으락푸르락하고 말이야.”
“뭐? 그러는 당신은 지금 무슨 꽃 같은데?”
“글쎄? 나는 색소가 없는 목련? 당신 앞에선 감춘다고 감춰도 다 들키고 마니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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