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
사랑하는 이여, 강하다고
날 칭찬해준 그 첫날 -
원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해준 그 날 -
그 많던 날 중 – 그날 -
그날은 – 부채 모양 금장식으로
둘러싸인 보석처럼 – 빛났어요 -
어렴풋한 배경이던 – 하찮은 날이 -
이 세상에서 – 가장 중요한 날이 되었어요.
- 에밀리 디킨슨,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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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잘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전 한참을 망설여요. 내가 잘하는 게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거든요. 어느 날, 그림책 모임에서 사서 선생님 A가 제게 책을 한 권 읽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 책은 꼭 제 목소리로 듣고 싶다고요. 책 내용과 제 목소리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요. 황인찬 시인의 시 “백 살이 되면”을 그림책으로 만든 거였지요. 쑥스러운 마음을 안고 책을 읽었어요.
한 번은 한 해의 그림책 모임을 마무리하는 날이었어요. A에게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이었지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대요. 이유를 들어보니 그는 제게서 다정함을 발견했더라고요. 다른 날, 모임에서 각자의 장점을 하나씩 이야기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날도 그는 제게서 다정함을 꼽았어요.
얼마 전에는 A가 제게 글씨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을 탐구하는 날이었거든요. 커다란 책상이 이수지 작가 그림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요. 그는 오늘의 주인공이 이수지 작가라는 사실을 직사각형 팻말에 적어 주길 원했어요. ‘왜 나지?’ 순간 당황했어요. 어떤 글씨를 원하는지 몰라 정자로 크게 써서 건넸어요. 평소 모임에서 느낀 점을 적어내는데, 그때 제 필체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A 덕분에 ‘아, 내가 이런 걸 잘하는구나!’ 새삼 알게 되었어요. 그는 잘하는 게 없다고 스스로를 새들하게 보던 저를 이런저런 빛나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며 스치는 바람처럼 살며시 건드려준 사람이에요. 사소한 게 전혀 사소하지 않게 다가오는 날. A 덕에 저도 그날을 갖게 되었지요.
어쩌면 너무 사소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걸 보석처럼 발견해주는 사람이 있어 많은 빛나는 인생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요.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 혹은 그런 날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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