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을 오래 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몰래 키워온 사랑. 용기 없는 지지부진한 사랑을 불쑥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친구에게 속내를 드러냈다. 친구는 놀라워했다. 어떻게 오랜 세월 그 마음을 숨기고 살 수 있었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마음을 꺼내 보라며 내 짝사랑을 응원했다. 용기를 냈다. 짝사랑을 끝내고 구애를 시작해보기로!
2021년 10월 6일, 블로그를 열었다. 글에 대한 구애의 첫 페이지를 설렘으로 장식했다. 그길로 나는 거의 매일 내 사랑을 표현했다. 하루는 책을 빌려서 마음을 담아냈고 하루는 시에 슬쩍 감정을 빗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직접적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글과의 연애로 하루하루 커가는 행복과 설렘 사이에서 웃는 날이 늘었다. 잠자리에 들면서는 내일 글과 데이트할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글과의 연애 기간을 거쳐 책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보았다. 내 사랑을 공포하고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책이 나오고 몇 달 동안 책 홍보에 마음과 시간을 쏟으며 지냈다. 그런 일정이 정리되고 나자 내 열정이 거품 꺼지듯 사라지는 듯했다. 배터리가 방전된 듯 맥을 추지 못하고 방황의 시간이 길어졌다. 다시 나를 추슬러 책상 앞에 앉히고 노트북을 켜고 한글 파일을 열었지만 커서는 요지부동이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던 마음이 이제는 글을 쓰려니 더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답을 몰라 서성이던 중에 라라크루를 만났다. 그래, 글 쓰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나도 다시 힘이 날 거야. 막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야. 그런 마음으로 라라크루 문을 두드렸고 그들의 열의에 독려 되어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크루의 응원을 받고 나도 그들을 응원하며 6기를 활기차게 보냈다. 7기, 8기가 되면서 다시 힘이 빠져갔다.
왜 처음의 설렘을 느낄 수 없는 걸까. 왜 글을 쓰는 일이 고통스럽게 다가올까. 글에 대한 열정이 식은 걸까. 그런 내게 다시금 용기를 주는 말을 발견했다.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불사른다는 표현을 쓴다. 열정은 12세기에 기독교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로, 본래는 '고통받는다'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즉 열정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위해 기꺼이 고통받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갔다면 이제는 글을 더 깊이 있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고통스럽게 담금질하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글감을 찾고 형식을 고민하고 내용의 질을 탐색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문제는 생각은 많아지고 글은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의 시간이 헛되지는 않다고 믿고 싶다. 언젠가는 풋풋한 설렘이 농익은 글로 발화할 날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오늘도 쓰는 나로 꾸역꾸역 꿋꿋이 살아가려 한다.
#풋풋한설렘이농익을그날까지 #짝사랑 #열정의진정한의미 #오늘도쓰는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