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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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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Dec 21. 2021

[휘케치북] 21.12.2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Home - Dan Croll’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 서자영’


어제 일입니다.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서 눈을 떴을 땐 해가 쨍하여 어리둥절한 아침이었습니다.

얼마나 곤히 잠들었던 것인지

곧장 일어나 준비를 서두르고 간신히 밥 몇 숟갈을 떠먹고서야 일을 나섰다가

열한 시가 될 무렵의 저녁에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둘러 나가며 켜 둔 불이 반가웠습니다.

빈 집이 무서워 사방에 불을 켜 둔 탓에 여기저기 불이 밝은데 

마당의 불마저 온종일 켜져 있을 만큼 경황이 없었나 봅니다.


문을 열 때는 쿠팡에서 끼워 넣은 봉투가 걸려 무슨 택배인고 하고 보니 떠난 가족의 택배입니다.

늘 누군가 집을 떠나고 나면 이렇게 택배가 옵니다.

이런 건수나마 반가워 또 연락을 하고 거실에 앉아 티브이를 틀었습니다.

적막을 깨는 티브이 속 재잘거림을 백색 소음 삼아 집을 조금 정리하고 금방 돌린 난방의 뜨거움에 늘어붙었습니다.

눈이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날이 금세 포근해지니 해가 넘어가기도 전에 봄기운이 온 것처럼 느껴져 무서웠습니다.

시간아 천천히 가란 말이다. 중얼거려도 늘 일정하게 가는 시간이 때론 무섭습니다.


집에 있는 것 중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당근마켓에 올려 타인에게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한다는 행위가 즐거우면서도

물품마다 묻은 다양한 기억이 있어 아쉽습니다.

이 물품들을 준비했던 때의 시간, 사용하던 가족들, 자신은 이것이 좋다고 하던 말들 모두가 선명합니다

정말 이 집에 필요한 것만 구비하여 단정한 낭만이 있길 바랬는데 그 최소한의 것들이 이제와 둘러보니 또 이렇게 많습니다.

방마다 준비했던 러그는 언제부턴가 맨바닥이 좋다며 하나씩 창고로 들어가더니 하나만 깔린 채 돌돌 말려있고

저마다 쓰던 선풍기도 꼴짝 여름 몇 개월만 제 몸을 돌리고선 멈춰 선 채 창고에 누웠습니다.

어느 것을 팔고 어느 것을 팔지 않아야 하는지 조심스러워서 

그런 조심함으로 하나씩 당근에 올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애정 하던 푹신 소파는 올려두고도 이게 잘하는 것인가 싶어 몇 번이고 게시글을 눌러봤습니다.

마음 같아선 어느 것도 양도하지 않고 모두 지니고 살고 싶습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이 올린 물품이 모여있는 것이 중고 장터겠단 생각을 합니다.


9시 40분 휘겔리에 해가 찾아왔습니다.

잠시 자판에서 손을 뗀 채 음악을 듣는 동안 연약한 듯한 햇볕이 참 따사롭습니다.

휘케치북도 한해를 넘어갈 때는 결산 같은 것을 하는 연말을 가져야 하나 싶어서 2021년에 들었던 모든 노래를 긁어 틀으며 오늘의 곡을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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