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연두색 잎은 이때가 마지막

봄, 4월 23일

by 김창훈

'봉숭아 물들다 - 윤상현, 메이비'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마다 연두색 작은 잎이 달렸다.

이 시기에 가장 눈을 즐겁게 한다. 하루하루가 달라서 지금 나서야 한다.

처음엔 아주 작은 점과 같았으나 어느새 손바닥 만한 잎도 달렸다.

희고 거대한 나무가 앙상한 채로 서있던 날이 한 달도 채 안 됐다.

매년 봄의 초입에 가로수 정비하시는 분들이 사다리차에 올라 플라타너스 가지를 전기톱으로 민둥머리에 가깝게 자르는데 그때의 나무가 벌써 이만큼 가지를 뻗고 잎을 피웠다.

깡깡이 플라타너스 나무가 이제 막 여린 잎을 피우는 사이에 벚꽃이 매화와 개나리가 산수유와 목련이 진달래와 철쭉과 라일락이 피었다.

11일부터 바람이 부는 대로 흩날리던 벚꽃 잎은 며칠 간격으로 내린 비에도 흩날리다가

어제자(22일) 많은 비에 마무리 됐다. 땅에서 볼 수 있다.

기이할 정도로 벚꽃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기억 속 봄의 연두색 잎은 이때가 마지막이다.

은행나무 잎은 곧장 짙어졌고 추위에 오래 억눌린 봄은 적정한 온도와 강수량에 폭발적으로 팽창 중이다.

플라타너스와 이팝나무가 내가 인지한 영역에서 끝자락에 싱그럽다.

10여 일 뒤면 '입하' 절기상 여름의 시작이다.


서울의 가로수는 어떤 나무가 가장 많을까요?라는 2013년 서울시의 글에서

은행나무 41% 버즘나무 26% 느티나무 11.5% 벚나무 9.4% 그다음이 이팝나무라고 한다.

이후 12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나의 지난 걸음엔 유독 이팝나무가 많았다.

버즘나무가 플라타너스다.

길을 가다가 나무 표면이 반들반들하고 희거나 흰 얼룩이 있는 것이 이 나무다.

오래전 계획된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쉽게 볼 수 있어서 인지 거대한 존재감 탓인지 가로수 나무라고 하면 대게 이 나무인 줄 안다.

나무의 거대함이 남다른 탓에 현대 도심의 계획에선 멀어지는 듯하다.

연두색 잎을 틔운 플라타너스 나무가 한그루 서있으면 여린 봄이 시작된 듯하고

도로 양쪽에 길게 늘어서면 시선에 이나무 저나무가 겹쳐지며 거대한 생명력이다.

도로가에서 그것을 본다.

어느 집에서 우당탕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골목이 울리도록 날씨가 너무 좋다는 말을 연신한다.

내게 겨울과 봄의 질감은 따스함이다. 포근함이다. 봄은 그중에 싱그럽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가 좋아서 가사 일부를 외워두었다가 차에서 내리는 동안 검색하고 이후 즐겨 듣는다.

'봉숭아 물들다'

손끝이 붉게 물든 것을 본 기억이 오래되어 찾아보니 봉숭아, 봉선화, 4~5월에 씨를 심으면 6월에 피는 꽃이라고 한다.

봉숭아 물들이려면 이맘때 씨를 심어야 한다.

수확하려는 것들 마다 씨앗을 심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언젠가, 마음에 심어둔 계절의 씨앗들을 풍성하게 수확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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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23일 플라타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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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희우정로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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