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아직 그보다 많이

봄, 축복 같은 한 주가 지나고

by 김창훈

'봄바람 - 버스커버스커'

'보내지 못한 마음 - 노영심'

'March - 짙은'


축복 같은 한 주가 지났다.

5일 토요일 비가 내린 뒤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 봄꽃은 한 주간 쉬지 않고 피어 화려했다.

수요일에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잠깐 경미한 양을 흩뿌리고 지나쳤다.

목요일의 우천 예보도 당일이 가까워지면서 그저 흐린 날로 지나갔다.

날씨가 급변하는 봄이었다.

덕분에 비가 오면 꽃잎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며 꽃놀이를 서두른 이들은 이후에도 꽃과 함께 즐거웠다.

나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12일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내렸고 희우정로를 가득 채우던 인파들은 차츰 사라졌다.

많은 꽃잎이 비와 바람에 흩날렸지만 꽃은 아직 그보다 많이 피어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고 3일간 비 오고 흐리길 반복하던 하늘이 개었다.

푸른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떠다녔고 비에 씻긴 시야는 깨끗했다.

벚꽃은 아직 가득 피어있다.

봄나무들이 꽃잎을 떨어뜨리는 동안 초록 잎사귀가 도처에 피었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 피는 줄 알았던 잎사귀는 꽃 몽우리의 시기 다음에 별개로 피는 것임을 알았다.

이전보단 느리게 그렇지만 꾸준히 자란 가지들 끝에서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철쭉과 진달래, 자목련 그리고 라일락이 피었고, 음지에 있던 산수유는 아직 남아있다.


오랜 시간 부지런히 탐하고도 욕심이 남아 벚꽃을 더 보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방 창문에서 보이는 한그루의 벚꽃 나무는 망원동의 나무 중 늦게 피는 것에 속한다.

의자에 앉아 몸의 고단함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창밖을 본다.

집은 몹시 아늑했고 벚꽃은 아름다웠다.

어둠이 내리고 벚꽃에 음영이 짙어질 때쯤 가로등 불이 켜졌다.

불빛 아래 꽃잎들만 공중에 떠있는 모양새다.

바람이 불고 흔들거리는 것이 보인다. 어느 것은 흩날린다.

눈은 어둠을 오래 주시하면 그에 익숙해지는데 가로등이 비추는 벚꽃 나무는 오래 보아도 그대로다.

몸을 조금 틀어서 가로등을 시야에서 비켜내니 그제야 꽃나무가 아름답다.

몇 개의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담고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인파가 줄어든 밤의 희우정로는 여전히 아름답다.

어딘가에 자란 초록 잎사귀와 꽃잎이 떨어진 자리는 어둠에 가리거나 미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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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망원동 여기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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