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8월 20일
'어쩌면 - 서진영'
'다시 사랑한다면 - 도원경'
'모란이 피고 지는 내 마음을 어쩌겠어요 - 혜원'
길에 낙엽이 떨어져 있다는 걸 알았을 땐 단풍도 시작됐음을 알았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과연 그러했다.
벚꽃나무가 늘 먼저다.
입추는 지난 7일이었다.
절기는 절묘하게 시기의 변곡점을 찍는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났다.
하나 둘 드문드문하게 물들었던 나뭇잎은 비가 내린 뒤 연달아 물들고 떨어졌다.
희우정로 길 양옆으로 낙엽을 쓰는 사람들을 본다.
비질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싸악싸악 하는 소리는 단정하고 따뜻하다.
낙엽을 가득 담은 투명 봉투가 모퉁이마다 쌓인다.
벚꽃나무의 잎은 꽃잎만큼 연약한지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틈에 상당수 떨어졌다.
물들기도 전에 떨어진 잎은 땅에서 물들고 바스러졌다.
달리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볼 것이 많아서 걷는다.
몸이 무겁게 느껴진 탓도 있다.
운동을 앞두면 몸과 마음이 기민하게 운동하지 않아야 할 핑계를 찾아낸다.
선유도 공원으로 가는 길에 핀 무궁화가 희다.
무궁화는 붉은 것도 있고 분홍인 듯 보라인 듯한 것도 있는데 흰 것이 꽤 인상 깊다.
봄날에 싱그러웠던 선유도 공원은 이제 어딘지 빛바래 허허롭다.
공원에 진입하면 메타세콰이아, 미루나무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일종의 루틴이므로 변화를 곧장 인지한다.
잎이 바래고 듬성하다.
잔디 위엔 낙엽이 많다.
작은 동선으로 공원을 걷다가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피아노에는 작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한강변에는 수풀이 무성해서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나무가 허허로워지는 동안에도 풀의 무성함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이맘때쯤 국가에서 공원과 가로수 등의 풀과 나무를 정비한다.
곳곳에 강아지풀이 길게 자라 흔들거린다.
하나 둘이 아니라 흐드러지게 핀 곳도 있다.
그럼 갈대밭과 또 다른 정취를 준다.
눈에 띄지 않지만 어딘가에 갈대도 자라고 있을 터다.
갈대와 억새는 여태 구별하는 방법을 기억하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강변 쪽에서 나던 악취는 여전하다.
양화대교 남단에서 망원한강공원으로 가는 길목 중에 한강 가까운 쪽이 드문드문 그렇다.
강에서부터인지 심긴 식물로부터 인지 알 수 없다.
유독 지난해와 올해 그러하다.
악취는 풀까지 모두 바스러지고 땅이 단단해지는 겨울쯤 자취를 감춘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가을의 초입에서 겨울이 임박한 것처럼 느낀다. 아직이다.
소나무에 달린 솔방울들은 이제 연두색이 아니다.
밑동 주변에 검갈색 솔방울이 떨어져 있다.
능소화는 여전히 피어서 예쁘다.
우연히 한남대교를 넘어오다가 한남오거리 정류장을 등진 큰 벽에 핀 능소화를 봤다.
그게 올해 본 것 중 가장 예뻤다.
추천곡은 더운 날 차가운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서진영의 곡.
*음악에 비를 무치려면 아무래도 비 오는 날 들어야 한다.
요즘 많이 듣는 도원경의 곡과 혜원의 곡.
본 적이 없거나 보고도 내 발길을 멈추게 하지 못한 모란이지만 혜원의 곡은 자주 내 시간을 붙잡았기에 한번 더.
*지난 3월에도 추천했던 곡. 모란은 5월~6쯤 핀다.
3일 뒤면 처서,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다. 집 근처 감나무에 건강한 감이 열렸다. 모란은 왜 못 봤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