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온 귤을 탁자 위에 쏟았다.스물한 개.

가을, 10월 23일

by 김창훈

'마지막 장면 - 싸이, 이성경'

'Stick Season - Noah Kahan'

'처음 느낌 그대로 - 이소라'


시장에서 제주 노지 귤이라며 바구니로 파는 것을 샀다.

맹하게 옅은 노란색에 초록이 섞인 껍질이 맘에 들었다.

사온 귤을 탁자 위에 쏟았다.

스물한 개.

귤은 서로 붙어있으면 빨리 상한다고 해서 간격을 두고 격자 모양으로 정렬한다.

벌써 귤을 먹을 철이 던가 하면서 하나를 집어 껍질을 깠다.

조금은 심심한 맛. 아직 여물지 않았거나 이것의 특성인가 보다.


한 바구니에 스물한 개의 귤이 담기려면 귤이 작아야 한다.

시장의 바구니가 커지는 법은 없다.

내 손으로 귤을 사기 시작한 이후로는 늘 소과 - 작은 것으로 고른다.

한입에 쏙 넣어 전체를 입안에서 터트리는 맛이 있다.

껍질을 까기도 쉽다.

작은 것을 고르는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보니 언젠가 먹은 작은 귤이 매우 적절하게 새콤하고 달콤했던 것 같다.

캔디 이름도 그렇고 왜 새콤이 먼저일까.

뜨거운 물에 닿은 커피 원두도 신맛 단맛 쓴맛 순서로 추출된다.

단맛이 있기 전에 신 것의 시간이 있나 보다.

신 귤도 어느 정도 후숙하면 단맛이 올라온다.

이번에 사 온 귤은 맹한 맛이 있어서 기다릴 틈 없이 주스처럼 입에 털어 넣는다.

엄지손톱 아래가 노랗다.

그런데 왜 감은 떫을까.


서울은 물들었다.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딘가 울긋불긋한 것을 쉬이 본다.

자주 내린 비가 잦아든 것과 물든 것은 큰 연관이 없음에도 급격히 낮아진 온도 탓에 극적으로 느껴진다.

내겐 4일 전 일요일부터 그랬다. 망원동과 동부이촌,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이 그랬다.

잔 더위가 오래 지속된 탓인지 아주 물든 건 아니다 이제 막 시작됐다.

자세히 봐왔으면 오래전부터 서서히 변한 것이 이제는 흘깃 보아도 쉬이 인지될 만큼이다.

단풍이려다 곧장 낙엽이 된 것들도 있다.

그것들은 땅에 수북했다가 이내 쓸렸다.

매일 비질하는 소리를 듣는다.

여름의 매미 울음처럼 가을엔 귀뚜라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누가 빗자루만 들면 가을이다.

여기서부터 3주 정도 여한 없이 단풍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11월 7일 입동.


*망원동 도로에 얼굴만 한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하나 낙하했다. 그래도 여전히 푸르러서 11월은 넘어야 잎이 바스러진다.

*귤을 조물조물 주무르면 달아진다는데 미지근해지지 않을까.

*검색해 보니 감의 떫은맛은 미각이 아니라 타닌으로 인한 촉감이라고 한다.


추천곡은 3개 서로 다른 느낌으로.

이소라 씨의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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