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11월 말
'그대만 있다면 - 러브홀릭'
'내 눈물 모아 -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있어주면 - 소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그 사이 많은 잎이 졌다.
이젠 쓸어지지 않는 낙엽이 골목 사이에도 흔하게 보인다.
플라타너스 나뭇잎은 커서 몇 개만 낙하해도 도로를 뒤덮는데 이번에 많은 잎이 단박에 낙하했다.
쉬이 쓸어지지도 않는 게 담아지지도 않겠다.
망원동 가로수가 왜 물들기도 전에 가지치기 당했는지 이해된다.
집 근처 담벼락의 여섯 그루 벚꽃 나무는 이제 잎의 수를 헤아릴 수 있다.
몇 안 되는 붉은 나뭇잎이 가지에 매달린 채 바람에 흔들린다.
그 모습에서 진한 계절의 정취를 느꼈다.
벚꽃나뭇잎은 아주 오래전 가을의 문턱에서 저 혼자 물들고 저 혼자 낙하했다.
그중 몇몇이 여태 매달려있다.
갈대는 10월 중순에 절정이었고 은행은 그보다 늦었다.
지난 글 이후에도 은행나무를 쫓았다.
이촌동과 삼청동에 다녀왔고 어딘가를 목적하지 않아도 길가에 심긴 게 허다해서 나무가 눈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보기를 선택하고 인식한 것을 받아들이면 그만이었다.
식물의 변화는 약속된 것이 아니어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도 저마다 크게 달랐다.
여러 요인에 의해, 이른 것은 이미 앙상하고 늦은 것은 여전히 풍성했다.
나의 걸음과 시야는 작고 좁아서 전체를 아우르며 계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저 내가 보고 받아들인 만큼만 내 세상이 된다.
망원동의 은행나무는 이제 절반이 앙상하다.
은행나뭇잎은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기둥 밑에 수북하다.
최근 일상의 동선이 컸는데 그중 강남역에 볼일이 있던 날 일부러 지하철 10번 출구 쪽으로 갔다.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하기로는 2010년 중반즈음 강남대로에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강남역 풍경을 바꾸고 내 마음을 뒤흔든 그 나무가 가끔 그립다.
지하에서 10번 출구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딛고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이팝나무는 푸르렀다.
길게 늘어선 이팝나무 아래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는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지금이 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계절을 알 수 없었다.
이팝나무는 유난히 시작과 끝이 닮았다.
초록의 작은 잎은 늦게서야 서서히 물들어 옅은 노란색이 되는데 언뜻 보면 연두색과 같고, 그 사이 많은 나뭇잎이 떨어지며 가지가 드러나면 봄이 태동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싱그러운 풍경이 찾아온 이유를 충족시켰다.
날이 흐리고 비가 가까워지자 날이 포근하다.
새삼 겨울이란 계절이 현상으로 체감된다.
겨울엔 비나 눈이 올듯하면 상대적으로 포근할 때가 많다.
정체된 강변북로에서 창문을 내리고 음악을 듣다가 망원나들목으로 진입한다.
그 길에 보이는 풍경은 유독 나뭇잎이 작고 푸르러서 새 잎이 돋는 봄과 같았다.
추천곡은 러브홀릭의 <그대만 있다면> 그리고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리메이크 곡.
결은 다르지만 날이 좋은 날 골라두었던 소란의 <있어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