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지가 수없이 뻗고 자라는 것

봄, 3월 초

by 김창훈

'놓지 않을게 - LUCY'

'Why Can't You Love Me? - 웬디'

'Deep Inside - 넬'


26년 3월 초의 글.

벚꽃 가지의 확장과 산수유, 적절한 강수량


일자가 어느새 3월 중순에 걸쳤다.

봄날을 절기로 헤아리면

지나간 입춘은 2월 4일, 우수는 2월 19일, 경칩은 3월 5일이었고

다가올 춘분은 3월 20일이다.

이때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땅의 잔디는 2월 땅이 풀어지던 때부터 푸르게 나더니 이제는 제법 많은 영역을 점유했다.

잔디와 잡초와 그 사이에 섞여 피는 것들을 구분해 낼 제간이 없다.

놀이터 한 편의 산수유는 꽃을 담은 몽우리가 벌어져서 노랗다.

지난해에도 이러한 현상을 눈에 담는 것이 봄을 더듬는 것의 시작이었다.


3월이 되면 으레 꽃나무를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2월은 너무 이르다.

산책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무는 산수유, 벚꽃, 목련이 대표적이다.

매화는 길을 멀리 돌아가야 볼 수 있다.

나무를 올려다본 날마다 사진을 찍고 메모를 남겼다.

이 행위의 목적지는 무엇일까.

꽃잎의 만개. 그렇게 생각하며 걷던 3월 초 동안엔 무수히 뻗은 가지가 마음에 남았다.


#3월 4일 최저 2도 최고 11도 맑음

벚꽃 나무는 성장 중이다.

새로 난 가지는 색이 옅고, 기존의 가지 끝은 계속 뻗고 있다.

나뭇잎 하나 없음에도 겨울의 앙상함과 다르다.

수많은 잔가지가 자라 빈 공간을 뒤덮는다.


#3월 5일 최저 -2도 최고 11도 흐리고 비/눈

아침은 흐린 듯했으나 해로 밝았다.

경칩의 아침이라 개구리가 깨어나 울었으리라.

경칩은 개구리뿐만 아니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로 곤충, 동물 등 전체를 일컫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개구리가 상징적으로 각인됐다.

희우정로 길은 하루하루 새 가지가 핀다.

전년도까지는 꽃이 언제 어떻게 피는가를 바라봤는데 그 경험이 충분했던 탓인지 이제는 새 가지가 수없이 뻗고 자라는 것 자체를 피어나는 무언가로 여긴다.

앞으로 가는 계절에 발맞추기 위해 장을 봤다.

섬초와 버섯류를 사고 오렌지와 천혜향 등을 보다가 질이 좋고 값이 저렴한 딸기를 샀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가지런히 정갈했다. 과하지 않았다.

20시가 넘어가면서 비가 느리게 내리더니 이내 눈이 됐다.

습하고 무거운 눈은 차와 같이 표면이 차갑고 매끄러운 곳에 쌓였다.


#3월 7일 최저 -1도 최고 6도 맑고 흐림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한강.

그중에서도 마포대교 가까운 쪽에 수없이 많은 흰새가 떠있다.

이들이 언제까지 이곳에 거하는지 모르겠다.

무리 규모가 갈수록 커진다.


#3월 9일 최저 1도 최고 8도 흐리고 맑음 일출 06:51 일몰 18:33

운동 겸 산책으로 뛰고 걷기를 반복하다가 지상으로 지나가는 전철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좋다.

어릴 때부터 기차소리는 늘 내 마음속에 있었다.

놀이터 옆에서 산수유나무를 발견했다.

나무는 늘 거기 있었는데 노란 무언가가 아른 거려야 크게 인지한다.

가지 끝에 달린 수많은 몽우리마다 노란 산수유 꽃잎이 났다.

아직 활짝 피기 전임에도 핀 것과 같다.

산수유의 피고 짐은 그렇게 모호하다.


#3월 10일 최저 1도 최고 9도 맑음 시야는 좋은 것 같으면서도 몽환적 일출 06:49 일몰 18:34

한강에서 카약을 타는 것을 보고 차를 멈춰 세운뒤 한강변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 한없는 자유를 상상했다.

넓고 고요한 강, 아무도 없는 아침에 둘이서 그 작은 배 위에 몸을 띄우고 노를 저어 간다.

배가 강물을 가르며 가는 동안 새들이 푸드닥 거리다가 이내 제갈길 찾아간다.

망원 한강에서부터 거대한 새 무리를 봤다.

겨울에 찾아와 봄에 떠나는 줄 알았던 철새는 날이 갈수록 많다.

여의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땐 잔물결에 햇볕이 빛나는지 떠있는 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허다하게 많았다.

양화대교에서 국회의사당 인접한 한강에, 밤섬 주변에, 마포대교 인근에, 원효대교와 63 빌딩 인접한 한강에도 그렇다.

잔물결이 이는 곳이면 새들의 움직임이 요란한 파동으로 꼬리를 물었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그러했다.

새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은행나무는 위로 뾰족한 가지를 뻗고, 플라타너스 굵은 기둥과 가지는 희고 매끄러움이 더해졌다.

큰길의 플라타너스는 가로수 정비하시는 분들에게 주목을 제외한 부분이 모두 잘려서 투박했는데 어느새 잔 가지들이 뾰족하다.


추천곡은 루시, 웬디, 넬의 곡.

루시와 웬디의 곡을 추천하려고 적어뒀었는데 어제 넬의 곡을 접하고 추가했다.

넬의 목소리를 들으면 늘 대학교 때 봄으로 간다.

개강 직후의 사람들은 초봄의 계절과 맞물려 요동했는데 대게 중간고사가 끝날 때까지 그러했다.

그 품을 넬의 목소리가 파고들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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