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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타임 Jan 27. 2017

친환경 지렁이 사용법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부탁해!

요즘 미니멀라이프에 꽂혀서 옷장과 신발장, 찬장과 냉장고를 비우며 기증할 게 없나 매일 매일 들여다보고 정리하고 내놓기를 반복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우연히 zerowaste까지 알게 됐어요. 쓰레기없이 사는 삶이죠! 미국에서 몇몇 사람들이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고 책이나 강연에서 밝히면서 화제가 됐어요. 1년 혹은 3년 동안 모은 쓰레기가 양손에 담을 수 있을 정도였죠. 그걸 보고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로렌싱어 씨가 2년동안 모은 쓰레기 양. 사진출처 http://www.trashisfortossers.com/


하지만 너무 겁먹지 않기로 했어요. zerowaste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자기들처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언젠간 zerowaste하겠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바꿔가는 거죠. 어쨌든 그 첫 번째 일환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어요. 다들 그렇겠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매번 버리러 가는 건 너무 귀찮은 일이죠.

가장 자주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냄새도 고약해서 매일 버리는 게 좋지만  소규모 가족의 경우에는 1리터짜리 봉투가 가득 차지 않을 때도 많고 출근 길에 잘 차려입고 정신없이 나가는 와중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챙겨서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쩔 수 없이 손에 물기가 조금씩 묻는 게 꺼림칙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아파트를 관통하는 배관이 생겨서 아래층까지 내려가지 않고도 쓰레기를 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어쨌든 미니멀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첫 번째로 도전하기로 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지렁이를 이용해서 퇴비를 만드는 작업이 나옵니다. 지렁이가 굉장히 친환경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키운다는 건 생각도 안해본 일입니다.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동안 망설임의 시간이 지나갑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451673&cid=51642&categoryId=51645

처음에는 순진하게도 그냥 통이 담아 썩히다가 친정집에 갈 일이 있으면 들고 가서 텃밭 옆의 거름더미에 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겨울이라 베란다에 두면 냄새나 해충으로부터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친정을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어느새 음식물이 흘러넘치더군요. 바로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내놨습니다.


포털에 지렁이라고 검색을 합니다. 저는 어벙이 낚시에서 지렁이 75마리 두 통과 분변토 1kg을 구입했습니다. 다음 날 '생물'이라고 적힌 박스가 도착했습니다.  



지렁이를 키우려면 먼저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지렁이가 좋아하는 온도는 20~25도, 습도는 70도입니다. 이건 사람에게도 매우 이상적인 온습도네요. 0도 이하 또는 40도 이상이 되면 지렁이도 죽는다고 합니다. 베란다에 내놓고 키울 생각이었는데 너무 추워서 안될 거 같아요. 현관에 내놓기로 합니다.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겨울에는 안쓰는 이불이나 옷을 덮어주라고 합니다. 그런데 옷을 덮어 놓으면 통풍이 안될 거 같아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신문지로 덮어놨습니다.

지렁이는 늘 축축한 데 살 거 같지만 너무 습하면 지렁이가 익사할지도 모른다는 위협감에 탈출한다고 합니다. 신문지로 덮어놓고 분무기로 위에 덮어놓은 흙이 촉촉해질 정도로 물을 뿌렸습니다.

직사광선은 피하되 적당한 햇볕과 환기를 잘 시켜주라고 합니다. 음... 이건 패스.

그 다음에 중요한 게 지렁이 음식인데요. 지렁이는 이가 없으니 음식물을 잘게 잘라서 주면 훨씬 빨리 섭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물을 주면 좋겠지만 지렁이는 아무거나 먹지 않아요.  맵거나 짜거나 튀기거나 인스턴트 음식 같은 건 먹으면 안됩니다. 배추잎, 과일껍질, 반찬이 묻지 않거나 물로 헹궈진 밥이나 면을 따로 챙겨놨다가 줘야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필요해요. 지렁이는 그 양을 줄여보자는 의도지요.)

 지렁이는 한정된 공간에서 개체 수가 많다고 느끼면 더 이상 번식을 하지 않는대요. 진화와 적응에 최적화된 생물인 거 같습니다. 장소에 비해 지렁이가 많을 땐 넓은 장소로 옮겨주면 성장과 번식이 더 활발해 진다고 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지렁이 집을 만들어 보죠.



1. 스티로폼 박스를 준비합니다. 나무로 된 상자가 있으면 더 좋다고 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죠. 저는 구하기 쉬운 스트로폼 박스를 선택했습니다.

2. 수분 조절을 해줄 신문지를 깔고, 분변토를 한 움큼 퍼서 밑에 얇게 깔아줍니다.

3. 음식물을 상자 한 쪽에 담습니다. 음식물을 한쪽으로 모는 이유는 식물이 부숙되는 동안 가스가 발생하는데 지렁이들이 가스를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죠. 적당한 지렁이 밥으로는 위에서 말했듯이 밥이나 국수, 과일껍데기, 채소 자투리입니다.

4. 음식물 반대쪽에 지렁이를 쏟습니다.

5. 마지막으로 분변토를 음식물과 지렁이 위에 잘 덮어줍니다. 손으로 꾹꾹 누르면 안되고 고슬고슬하게 뿌려주는 느낌으로 해주세요.

6. 분무기를 이용해서 물을 뿌려줍니다. 약 20번 정도 펌프합니다.

7. 그리고 절대! 스트로폼 뚜껑으로 닫으면 안됩니다. 지렁이도 생물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기와 습도, 빛이 있어야 잘 살 수 있다고 해요. 저는 신문지로 그냥 덮어놨습니다. 밤에는 기어나올 수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고무줄로 주변을 묶었는데 안 기어나와서 그냥 신문지를 엉성하게 덮어둔 상태입니다.

8. 그리고 현관 한 편에 잘 놓아줬습니다. 거실 온도는 23도라서 조금 추울 수도 있지만 베란다보다는 따뜻할테고 부피를 꽤 차지하고 아기가 만질 수도 있어서 집안에다 두기는 어려웠어요.




지렁이가 징그러워서 키우고 싶지 않다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며칠 지나자 '우리 렁이가 이걸 잘 먹고 커야할텐데' 이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지렁이를 수단으로 구입한 건데 이내 지렁이를 잘 키우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두 번째 문제고요.


사실 지렁이는 음식물을 먹어치우는 기계가 아닌 생물이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지렁이를 활용하실 계획이시라면 지렁이를 이용한다기 보다는 지렁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대하는 게 기분도 좋고 음식물 쓰레기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봐요. 지렁이가 사는 환경을 얼마나 잘 조성해 줬느냐에 따라 왕성한 발육과 번식이 일어날테고 그래야 음식물 쓰레기도 보다 빨리 줄어들겠죠?



지렁이 키운 후 한 달...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렁이가 얼마나 컸냐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잘 있는지 궁금해서 흙을 파보기도 하는데 한 두마리만 보일 뿐입니다. 밤새 다 탈출한 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냥 음식물 더미 어딘가에 잘 있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생각보다 많이 줄지는 않았습니다. 지렁이 500g이 하루에 250g의 음식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10일이면 2.5kg)눈에 띄게 음식물이 줄어들지는 않고 주방에서는 끊임없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에 지렁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혼자 살거나 하루에 한끼 정도만 집에서 식사하는 맞벌이 부부같은 경우에는 괜찮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시간이 많아 애정과 관심으로 지켜봤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바빠서인지 등한시하게 됩니다. 그만큼 죄책감도 커지고요 ㅠㅜ 그냥 잘 지내고 있는거라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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