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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타임 Feb 14. 2018

뽀로로는 방귀 소리도 멋진가요?

뽀로로 캐릭터 속 고정된 성역할과 성차별

얼마 전 저녁을 먹고 저는 설거지를 하고

남편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뽀로로와 응가해요>라는 책으로 아이의 배변 훈련을 돕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배변에 어느 정도 비슷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이용해 배변이 즐거운 활동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거죠.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처음에는 방귀소리가, 두번째는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른들에게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소리지만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면서 즐거워합니다.

실제로 변기에 앉지 않으려던 아이가 책을 보고

배변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저도 여러차례 읽어줬던 책인데, 남편이 읽어주는 데

그날따라 문득 이상하다고 느껴집니다.




빠바방!

에디 방귀는 힘센 자동차 방귀!


푸시식!

패티 방귀는 새침한 아가씨 방귀!


뽕뽕뽕!

해리 방귀는 지독한 스컹크 방귀!


뽀오옹!

루피 방귀는 수줍은 공주님 방귀!


뿡뿡뿡!

뽀로로 방귀는 씩씩한 왕자님 방귀!


뿌우웅!

크롱 방귀는 우렁찬 천둥 방귀!


뽀로로 만화의 캐릭터들은 에디, 패티, 해리, 루피, 뽀로로, 크롱 등입니다. 뽀로로와 크롱, 에디는 성별이 남자이고, 패티와 루피는 여자입니다.


위의 책에서 보면 남자 아이 캐릭터인 에디, 뽀로로, 크롱의 방귀 소리는

힘센 자동차, 씩씩한 왕자님, 우렁찬 천둥으로

힘있고 강하면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자 아이 캐릭터인 루피와 패티는

새침한 아가씨, 수줍은 공주님

으로 방귀 소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여성은 방귀 끼는 걸 부끄러워하고, 조신해야 한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주 가부장적인 저희 아버지는

본인은 콘크리트 바닥을 뚫을 것처럼 방귀를 뀌면서

부끄럽거나 민망은 기색은 전혀 하지 않고

옆에 앉아 있던 엄마가 덩달아서 방귀를 꾸면

그 상황이 못마땅하다는듯이 늘 면박을 주곤 했습니다.


이제 사회의 많은 규칙을 학습해 가는 우리 아이도 할아버지대의 이런 생각을 닮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사회의 잘못된 관념을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는 대물림해주지 말아야 하는데요.아이들의 가장 친밀한 친구인 뽀로로와 친구들이 100년 전 성관념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게 답답합니다.


사실 비단 뽀로로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타요나 슈퍼윙스 등을 봐도 남성 캐릭터들이 중심이고 여성 캐릭터는 비중이 작고 수동적이죠. 전래동화는 또 어떤가요. 아이가 어릴 때 읽어주려고 전래동화집을 샀는데 읽어주고 싶은 게 점점 줄어듭니다. 어릴 때는 아주 로맨틱한 동화라고 생각했던 선녀와 나무꾼이 지금 읽어주다 보니까 인신매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집으로 돌아갈 길이 막혀 언니들과 헤어져 낯선 남자와 살아야 했던 선녀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다른 나라 이야기 책이나 다른 동화책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권선징악이나 왕자님, 공주님의 판타지가 섞인 이야기보다는 

더 밝고 희망차며 건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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