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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Jul 07. 2016

6월 제주체류 보고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6월 체류지원프로그램 후기

제주의 여름은 참으로 덥다. 나의 체류도 어느새 4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체류가 아니라 '제주워킹홀리데이' 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6월이 되자마자 더워진 날씨, 그리고 수시로 변하는 제주의 하늘.. 매서운 비바람은 바로 근처까지 태풍이 몰아치는 듯 하다. 날이 좋은 제주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여름에 체류지원프로그램을 신청하신 분들은 이런 날씨 탓에 많이 당혹스럽지 않았을까? 


1주년 이라는 큰 행사도 있었고, 여러가지 크고 작은 프로그램들이 많았던 6월. 그래서인지 나 자신도 바빴고 여유를 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체류지원프로그램 분들과도 어울릴 시간이 많이 줄었다. 겨우겨우 누가 있는지만 알 수 있었던 정도... 그래도 계속적으로 한국국제다크스카이협회 소현 연구원님, 마이리얼트립 영준님, 탱고마이크 광석님과는 가깝게 지냈던 것 같다. 


[한국국제다크스카이협회_이소현님]

소현님과는 밤하늘 측정을 함께 다녔던 시간이 가장 좋았다. 퇴근하고 집에서 잠만 자는 생활을 하는 나에게 제주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여준 소현님. 시원한 공기와 아름다운 별빛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드라이브 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카페. 풍경. 동네. 눈으로 한 가득 담아서 소현님과 나눈 대화들은 너무도 값진 시간이었다. 소현님은 센터의 '제주크래비터 사람도서관'을 통해 쌓인 인맥으로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며 보내셨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낄 만큼 부지런하게 연구도 하시고, 기획도 하시고, 미팅도 다니시는 것 같다.


[탱고마이크_이광석님]

빡빡머리에 의상에 항상 신경쓰신 티가 팍팍 느껴지는 광석님은 사교성도 좋으시고 나처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셔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제주에서 당분간 지내실 집을 구하시기도 하고, 좋은 곳들을 서로 공유하고자 영준님과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었다. 그 기회로 어쩌다보니 영준님이 제주에 새로 장만하신 집 구경도 했고(년세지만..), 입주기업 '다자요'의 남성준 대표님도 소환해서 센터직원-체류지원자-입주기업=제주도 주민모임 이 되어버렸다. 첫 만남이지만 옹기종기 모여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엄청 즐겁게 보냈다. 조만간 주민모임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석님은 드디어 'Makers with kakao'를 통해 '세렌디피티 제주' 프로그램을 런칭하셨다. 매우 기대된다. 제주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 그 분위기.. 슬슬 제주에서의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던 나에게 이 모임은 호기심을 한가득 물어다 준 덫과 같다. 덜컥 구매를 해서(참여) 놀러다닐 계획에 신이났다. 

'뜻밖의 파티, 제주'라는 이 문구가 참 마음에 든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떠나는 여행. 그러나 여행과 관광에서 우리는 길을 잃는다. 여행을 통한 "변화"를 기대하며,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우리는 홀로 여행길에 오른다. 가깝기 때문에 그리고 익숙하기 때문에 제주가 아닌 머나먼 해외로 자꾸만 나가는가? 제주도 구석구석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뜻밖의 파티' 그것을 제주에서 즐겨보자.


[노마드씨]

나는 IT와는 거리가 참 멀다. 그럼에도 제주센터는 IT+문화가 함께한다. 개발자들이 어떤 것들을 하고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디지털노마드 밋업 인 제주'에서 느꼈던 점은.. 참 부럽다는 것이다.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써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되기를 원했다. IT를 하는 사람들이 (개발자들이) 노트북만 있다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것이 가능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CO-Working Space'. 노마드=유목민 이라는 말이 너무도 자유로운 영혼같아 부러울 뿐이다. 제주에 '노마드씨'라는 분들이 오셨다고 들었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외국에는 이런 사례들이 정말 많지만 한국, 제주에는 매우 생소하고 드물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IT종사자 분들의 커뮤니티 마당발 '산솔님'을 통해 어느정도 모임이 형성되고 있었지만, 이번 '노마드씨' 분들 덕분에 뭔가 제주에서도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음을 느꼈다. 센터에서는 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노마드씨' 에서 할 수 있는 것. 아직은 재능기부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조만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응원한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신다는 그 점을 응원한다. 


6월 체류지원프로그램엔 내가 기록한 팀 외에도 몇 팀이 더 있었지만, 가깝게 지낼 기회가 적어서 리뷰할 수 없었다. 어느새 달력은 7월로 넘어갔고 날씨는 더욱 무더워졌으며 대한민국 전역에 태풍으로 인한 장마가 시작되었다. 9월까지 체류지원프로그램은 운영되지 못한다. 나는 체류를 넘어서 워킹홀리가 되었고, 제주에 익숙해져 체류하는 사람들과의 공감대가 멀어질 수도 있다. 나에게 계속 자극을 주었던 체류프로그램. 9월 체류지원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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