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강사의 삶.
요가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선생님들은 슬슬 수업을 나가기 시작한다. 수업을 다니는 방법은 다양했다.
아는 사람의 운동시설(헬스장 GX프로그램, 요가원 등)에서 한 타임 전담강사로 일하거나, 대강을 다니거나.
나도 처음에 요가강사 취업시장이 궁금해서 1500명이 들어있다는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그곳은 여러모로 신세계였다. 링크를 받았는데, 사람이 꽉 차서 들어가기 힘들었다. 정오나 새벽시간에 들어가면 자리가 날 수 있다고 하기에 기다렸더니 정말 밤에는 자리가 비어서 오픈 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수많은 강사들과 필라테스, 요가원 담당자들이 있었는데, 상을 당해서 급하게 대강을 구하는 글 또는 필라테스 학원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구한다는 글만 올라왔다. 쉼 없이 울리는 알람. 그러나 요가강사가 지원할만한 글은 없었다. 피로해진 나는 그 방을 나왔다. 솔직히 도움이 하나도 안 되었다.
다음으로는 요가원에서 추천한 '호호요가'에 들어갔다. 호호요가 사이트는 요가원에서도 구인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실제로 구인구직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대강도 많이 있었고, 발레, 필라테스, 요가강사 등등 카테고리가 다양했다. 서울/지역권 대강과 정규 강사 구인공고와 블랙리스트(?) 커뮤니티도 있어서 센터나 강사 블랙리스트 내용도 공유되었다. 그런데, 이 세계도 참 치열했다. 솔직히 타임비는 3만원 수준이었다. 경력 많은 강사들을 구한다는 글, 플라잉과 필라테스 강사 구하는 글이 대부분이었고, 그 정도는 해야지 3.5~4만원은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엔 어떻게 이 돈을 받고 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10년 전(대학생 시절) 발레 수업을 나가면 5만원은 받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취미 발레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대부분 전공생을 가르치는 것이라 그랬다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일반인들의 취미 발레, 요가, 필라테스 인기가 좋은데 강사료가 좀 적은 느낌. 그 마저도 필라테스 구인공고가 제일 많았고, 요가는 플라잉 필수 조건이 많았다. 또는 2-5년 이상의 경력자를 선호했다. 와, 이제 막 자격증 취득한 초보 강사들은 정말 일자리 구하기 힘들겠다.
그나마 초보 강사들이 나갈 수 있는 곳이 대강이었는데, 헬스장 GX에서 진행하는 요가강사 대강으로 지원해서 갈 수 있었다. 적혀진 타임비는 3만원 이었고, 프로필 사진은 필수였는데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이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그런곳에 대강을 다녀온 선생님 말로는 헬스장 트레이너들이 수업을 요청할 때 선생님 외모를 참 많이 본다고 했다. 그래, 헬스장은 보여주는게 중요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어떤 선생님은 타임비 3만원 1시간을 위해서 헬스장에 갔는데, 참여한 회원이 4-6명 미만이면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단다. 수업을 안하면? 수업료는 주나? 그렇지 않다고 했다. 수업을 진행하면 2만원도 안 되는 타임비를 받고 진행하는 것이고, 아니면 그냥 돈도 못받고 수업 안하고 가면 되는 것이었다. 오고가는 교통비와 시간, 그 수업을 위해 준비한 열정. 그런 선생님들의 수고로움을 완전히 무시한 업계 상황이었다. 나는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선생님들이 왜 그런 곳에 수업을 나가는 것인지 되물었다. 참 슬프게도 선생님들이 수업을 나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업계는 치열했다. 타임비가 낮아도, 겨우 한 시간 수업이라도 기꺼이 그 상황에 맞춰 수업을 나오는 강사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강 공고는 뜨기 무섭게 채용이 완료되었다. 보통 한번 수업을 나가면 2타임은 해야 교통비라도 남길 것 같은데, 1시간 3만원 수업도 감사합니다~하는 마음으로 나간다. 초보 강사님들은 경험 쌓기 위해서 불러주면 나가시는 것 같았다. 함께 자격을 취득한 동기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정규 강사가 되거나 대강을 나가기 시작했다. 수업을 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다 기뻤다. 나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돈을 벌기 위했다면, 강사를 하면 안 되었다. 돈만을 생각했다면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게 나았다. 그럼에도 내가 회사를 관두고 요가강사가 된 이유. 그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내가 나누고 싶은 요가가 있었다. 내 마음대로, 내 느낌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좋았던 것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면서 내 가치를 존중받는 페이를 받고 싶었다.
대강을 나갈 수도 있고, 기업 강연을 다닐 수도 있고, 내 공간에서 또는 방문해서 강사를 할 수 있다. 나는 다방면으로 열어두고 생각했다. 회사 소속일 때 강연을 나갈 기회가 많았었다. 강연이 많은 직장인 중에는 개인사업자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다. 요가강사도 똑같다고 생각했다. 여러 센터를 다닐 수 있고, 또는 정착할 수도 있다. 코로나 19로 센터 이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개인 레슨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개인사업자가 되기로 했다.
개인사업자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대학생 때도 개인사업을 생각했었고(그때는 무용교육으로), 사업자 발행 경험이 있었다. 홈텍스에서 아주 쉽게 신청할 수 있었다. 종목코드 같은 것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업태는 개인서비스업이고, 종목은 강사. 법인명은 요가 지도자과정 시작할 때부터 고민한 '요가하다'로 지었다. 그렇다. 사실 나는 퇴사 후 요가 지도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 사업계획이 있었다. 발레를 전공하고 졸업할 때, 내 이름의 무용학원을 운영하고 싶었었는데.. 그 꿈을 요가로 이루나 싶었다. 아무튼 간이과세자로 사업자등록을 발행받았다. 일부러 오픈일은 내 생일인 6월 1일로 하고 싶어서 사업자는 1달 전에 미리 만들었다.
상호명에 대해서 내가 약간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이 당시에는 요가원까지 차릴 생각이 없었고,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싶어서 사업자 이름을 대충 비교해보고 아무도 하지 않은 상태라서 만들었는데, 추후에 스튜디오를 차리면서 법인으로 변경하려면 이 이름을 상호로 사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상표등록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찾아볼 때에는 없었는데,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특허청에 들어가서 검색해보니 이미 상호가 있었다. 다른 지역이지만 이 이름으로 운영되는 요가원도 있었다. 뭐지...? 이래서 사람은 생각하자마자 바로 등록부터!! 아니면 사업자등록증 만들 때 특허청에 상표등록되었는지 확인만 더 해봤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람 생각하는 게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또 재미난 사실은 네이버, 인스타에서 '요가하다'로 운영되는 요가원을 검색하면 참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상표 등록한 사람은 따로 있고,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요가 말고도 카페, 음식점 등등 동일한 이름인데 대표도 위치도 다른 곳이 많다. 아마 다들 일부러 이름을 가져다 쓰는 건 아닌 것 같고, 이 단어에 빠져버린 우리들은 비슷한 차크라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