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Co-working Space manaer
Co-Working Space가 무엇입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처음 들어온 직장은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었다. '무용'이라는 예술을 전공하고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 활동으로 돈을 버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나는 스스로 예술경영, 창업과 관련된 서적들을 찾아읽고 그러한 활동을 하는 곳들을 찾아다니며 졸업 동기들과 예술 컨텐츠를 베이스로 한 창업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뭐가 창업이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나는 좀 더 이런 분야에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고, 되도록 서울에 있는 무용계에서 멀어진 다른 영역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온 곳이 제주도에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였다.
지원했던 역할은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안내데스크'였다.
- 안내데스크 근무 및 행정보조업무 수행 등
- 교류 공간 방문객 안내 등
- 회원 관리 및 시설, 장비 예약 프로그램 운영
- 교류 공간 운영 업무 지원 등
안내데스크라는 업무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한 사업을 깊게 들어가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전반적으로 센터의 모든 일을 파악하고 방문객에게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러면서 나는 많은 정보들을 접하게 될 것이고, 이용객이 대부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창업에 대해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화점에 안내데스크 에서도 일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일은 빨리 배우고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은 내가 이 곳에 오기 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봤을 때의 생각이었다. 막상 채용이 되어 이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나는 멘붕에 빠지게 되었다.
StartUP , Co-Woarking Space , 디지털 노마드 , 비콘 , 실리콘밸리 , 엔젤투자...
갑자기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들의 단어들을 계속 들어야 했고, 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전부 이해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았다. 센터 사업에 대한 이해를 하고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적응하는 데에는 1개월? 아니 3개월은 걸린 것 같다. 일 배우고 돌아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일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예술'이라는 우물 속에 너무 갇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J-Space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이 곳이 어떤 곳이고 어떻게 운영하고 싶은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 누구나 와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미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더 많은 정보와 교류를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IT 기반으로 일하는 개발자나 디자이너,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업무를 하면서 네트워킹 하는 곳으로 이해했다. 공간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긴 했지만 누군가 나에게 이 공간을 물어본다면, 나는 그것을 컴퓨터처럼 줄줄이 말해줄 수 있을 뿐, 이해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지 못했다.
"제가 이 곳에 처음왔는데요..뭐하는 곳 인가요? 아무나 올 수 있나요?"
"이 곳은 Co-Working Space 입니다. 혹시 Co-Working Space에 대해 아시나요?"
"아니요..이곳은 오픈된..카페 입니까?"
"Co-Working Space란, 업무 협업 공간입니다. 이 곳은 카페처럼 보이지만, 오픈되어진 쉐어 오피스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지정된 좌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운영시간 내에 자유롭게 자리에 앉으셔서 업무를 하실 수도 있고, 미팅을 하거나 이용객들과 서로 네트워킹을 하며 업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오... 좋군요.. 어떤 일을 하던 상관이 없습니까? 이곳은 무료입니까?"
"네, 이 공간의 이용은 모두 무료입니다. 실례지만 혹시 어떤 일을 하십니까?"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이렇게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고, 차분히 안내하고 싶지만 마당한 가이드북도 없었다. 그리고 방문객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리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떤 분야의 사업인지, 어떤 것을 하는지 용어도 새롭고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곳을 무료카페 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본 공간을 오픈하면, 같은 건물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텀블러를 들고 와서 커피를 담아갔다. (카페테리아 공간이 있고, 원두 머신이 있고, 방문객을 위한 머그컵이 있다.) 심지어 방문객을 위한 컵을 개인 컵처럼 사용하고 가져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컵이 모두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러서 새로 컵을 기부 받았으나, 그 마저도 사라지고 말았다.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으니 막상 방문객들이 와서 이용할 때 사용할 컵은 항상 없는 상황이 발생..
네트워킹도 좋지만, 분명히 업무를 해야 하는 공간인데 탕비실처럼 와서 폭풍수다를 떨고 돌아간다. 특히 점심시간 전후로 심하다. 그러다보니 주고객은 더 이상 이 곳을 찾지 않았고 다른 카페들을 찾아 떠나버렸다.
관에서 운영하는 회의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회의공간 운영의 목적은 사업을 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회의를 하고, 투자자와 미팅을 하는 등의 용도로 쓰고자 만들어진 것 같은데, 막상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기관의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이러한 이유로 워크숍을 해야 하는데, 공간이 마땅치 않으니 하루종일 회의실을 예약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도에서 진행하는 어떤 사업을 하는데, 교육장소가 마땅치 않으니 이 곳에서 해야 합니다.'
'우리는 협력기관이니 이 곳좀 사용하게 해주세요.'
'우리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좋은 교육을 해야 하는데 장소가 없으니 이곳을 빌려주세요.'
등등... 정말 다양한 이유로 회의실 예약을 요청한다. 이런 건들을 승인했을때, 이 곳을 이용해야 하는 입주기업,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미팅이나 회의예약을 할 수 없고, Space에서 업무를 보던 사람들은 이런 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나 워크숍으로 오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업무에 집중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렇게 그들은 J-Space를 떠났다.
"J-Space는 공간은 좋은데 너무 행사나, 공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와요.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없고 동물원 원숭이처럼 이 곳을 신기하게 돌아다니고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니 불쾌합니다. 어차피 이 곳에 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차라리 조용한 카페를 찾아 이어폰 끼고 일하는 편이 방해 받지 않고 좋지요."
Space를 자주 이용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 곳을 떠나고 다른 곳에서 모여 일을 하기에 나는 그들을 찾아가 물어봤다. 그 결과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들었고, 나는 Space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분명히 입사 후 오더를 따라서 기존에 운영하던 방식을 인수인계 받아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이용하는 주고객을 위해 운영하지 못했다. 무엇이 가장 우선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J-Space 운영을 위해 서울에 있는 여러 Co-Working Space 들을 방문했고, Manager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Co-Woarking Space를 구축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만나 나의 고민을 이야기했고 도데체 이 곳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운영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외국 서적을 읽으면서 이 곳의 태생에 대해서 공부하고,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는지 어떤 분야의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서 어떤 일을 하며 그들에게 시너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본 것 같다. 도데체 Co-Working Space를 왜 만들어 운영을 했는지, 창립자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어떤 일들을 하며 그래서 공간 매니저들은 무슨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적혀있었다. 물론 이 글이 정답도 아니고 바이블도 아니다. 다만, 참고를 하여 어떻게 운영하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도 스타트업이다.
J-Space 운영 자체를 창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로고 제작도 따로, 공간 디자인도 따로, 운영에 대한 생각도 사업팀 입장에 대해 따로이다. 이제서야 하나씩 하나씩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찾지 않는 서비스가 내가 아무리 좋다고 해봤자 그것은 망한 것이다. 센터의 비전은 너무도 훌륭하지만 고객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 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내가 시도한 일은 'J-Space는 어떤 공간이 되고자 하는가'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나는 고작 계약직 사원이므로 이 공간을 만든 창시자도 아니었고 초기 멤버도 아니었다. 기존에 어떤 생각으로 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려고 했는지를 알아야 내가 어디까지 시도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사람들에게 Co-Working Space 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이해하는 데에만 나도 10개월이 걸렸는데, 처음 온 사람들이 이 곳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불친절한 것 같았다. 설명 도구도 없었고, 우리 안에서도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게 J-Space 브랜딩 작업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J-Space는 Jeju Co-working Space입니다.
제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아이디어 및 의견 공유를 통해
함께 가치를 창출하여 발전하는
업무 네트워킹 (협업) 공간입니다.
그렇게 Space에 대해 정의를 했고, 안내 리플렛과 포스터를 배포했다. 처음 온 이용객에게 공간에 대해 설명했고 한 번 이용한 사람들에게 이 곳을 계속 방문하고 싶어지도록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안내하는 시간보다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며 각종 지출 업무를 하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이다. 공간 이용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시간보다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문서를 작성하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장비 문제를 해결하고, 수리기사를 부르는 등의 하드웨어적인 일을 더 많이 했다.
공간 매니저이기 때문에, 이용객이 이용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에는 ok이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 사이의 잔심부름꾼, 관의 행사를 위해 사전 세팅을 하는 과사조교, 그런 업무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안내데스크에 앉으면, 이용객들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면서 하시는 말이 있다.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그 자리에 앉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세상에나 이렇게 민망할 수가....심지어는..
"어디 휴가 다녀오신 줄 알았어요~'
하....그래도 나의 존재감에 대해 알아주시는 이용객 분들이 계셔서 너무 반갑다. Space Manager란 도데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그동안 일하면서 정의한 것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곳을 이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관리자' 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이 곳에 모일 수 있도록, 관리자인 혜룡을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어떠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얻고 싶을 때, 'J-Space에 있는 혜룡님과 이야기를 해 봐요.' 라고 말이다. 이 곳은 혼자 일을 하는 카페가 아니라 일을 하다가 사람들과 협업도 되고 서로서로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