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4_JEJU
서울에 있을때 나는 종종 브런치 카페들을 찾아다니곤 했다.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즐기면서 작업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에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일하는 것 만큼 행복한 직업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는 아니지만, 방랑객 같은 작업을 즐기고 있다. 움직임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후에 신체를 움직여 동작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작업이 되지 않는 나에게 브런치 카페는 그야말로 완벽한 작업실이다.
제주에선 아직 마음에 드는 브런치 카페를 발견하진 못했다. 브런치의 메뉴, 가격, 공간의 3박자가 모두 만족스러워야 하는데 우선은 브런치 카페가 적고, 서울보다 물가가 높았으며, 자동차가 없다면 다니기 불편하기 때문에 만족스런 장소를 찾기는 어렵다. 비가 내리면 고요한 서울과 달리 제주는 돌풍이 불어닥친다. 우산은 또 부러졌고, 비바람에 우산이 필요가 없었으며 가방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는 우비를 걸쳐야만 했다. 이 지역에서 우비를 걸치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 뿐일 것이다. 하필이면 노란색의 일회용 우비를 구입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좋았을 것이다. 너무 집중되는 것은 나도 부끄러운 부분이라 급하게 가방만 꽁꽁 싸메고 너덜너덜 부러져 가는 우산을 부여잡고 동네 산책을 시작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가 체류하는 곳은 시청과 가깝고 새롭게 조성된 단지와도 가깝다. 딱 중간지점이다. 이도이동에서 아라동으로 가는 부근은 새로 조성된 단지로 아름다운 연립주택과 멋스런 카페와 식당이 가득하다. 비바람을 뚫고 베라체 쪽에 있는 마을로 향한다.
'앨리' 라는 브런치 카페가 보여서 들어왔다. 사실 이 주변에서 내가 발견한 브런치 카페라는 간판으로 영업하는 곳은 이 곳 뿐이라고 생각되었다. 보통은 그냥 카페에서 브런치 메뉴를 만들어 팔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짝 놀랬다. 메뉴는 마음에 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동네에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것만으로 좋아해야 할 일이다. 베라체 아파트 단지라서 인지,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님들, 주부님들이 많았다.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통나무 컨셉으로 아늑한 별장 느낌을 주고 있었다. 가끔은 이곳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용한 분위기라고 여긴 것도 잠시.. 확실히 아이와 함께 방문 가능한 곳들은 집중이 잘 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안쪽에선 직원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임 없이 들린다. 정겨운 곳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좋다는 것만큼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내가 머물고 있는 센터의 경우도 아직까지 분위기가 좋다. 가족이라고 느껴질 만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급여가 적거나 일이 힘들어도 계속해서 굴러갈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함께 협업이 잘 이루어지며 관계가 좋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머문다' 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아직은 이 곳의 구성원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를 포함해서 계약직이 뽑히고 있었고, 어딘가에서 파견을 나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야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연애를 할 때 '헤어짐'을 생각하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애인이 '군대'를 들어가는 날짜를 알고 사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헤어짐'의 날짜를 알고 만나기 때문에 마음을 주는 것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파견으로 계시는 분들에 대한 나의 마음도 그러한 것과 같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