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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May 11. 2020

브런치 작가가 되고 개다리춤을 추었다

가장 신날 때 추는 춤

브런치의 글을 읽다 보면 한 번쯤 보이는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나도 써보려 한다.


입사동기이자 여행친구이고 인생의 멘토인 친구가 있다. 동성친구임에도 데리고 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예쁜 친구다.

그 친구의 소원은 1) 내가 집을 사는 것 2) 작가가 되는 것이다. 왜 소원 두 개가 나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글을 쓸 용기를 준 것만은 분명하다.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상상만 해도 가슴 떨리는 공간이었다. 마치 축구선수 시절 프리미어리거를 상상하던 것처럼.

친구의 응원과 평소 스스로 '글 좀 쓴다'는 오만방자한 자부심으로 보름 정도 브런치 작가 신청을 준비했다.


1. 작가님이 궁금해요

인터뷰를 하는 느낌으로 적었다. 마냥 길게 적을 수 없는 애매한 300자 제한으로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붙일 수 없었다. 그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만 알리자고 생각했다.


2.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직장생활 13년, 각종 보고서와 계획서는 일상이다. 발행할 글의 주제를 목차 형식으로 정리했다.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과 주제를 알리는데 집중했고, 추상적인 내용은 지양했다. 그러나 글자 수 제한은 역시나 아쉬웠다.


심사에 제출할 글은 초안 작성 후 2번 정도 퇴고를 했다. 나는 초안을 쓰고 나서 오타 또는 어색한 표현만 수정할 뿐, 많이 고치지 않는 편이다. 사실 나는 초안이 제일 마음에 든다. (해밍웨이가 들으면 벌떡 일어날 소리다)


작가 신청 고민은 한 번만 했다. 질렀다는 이야기다. 오픈된 공간에 내 글을 평가받고 싶었다. 나를 위한 글이었지만 '남들도 읽는' 글을 쓰면 생각과 글솜씨가 발전할 것 같아서였다.


5일 이내 회신이 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친구네 집에서 TV를 보던 중(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합격 메일을 받고 뛸 듯이 기뻤다.

최근 몇 년 간 이렇게 기쁜 일이 있었을까.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개다리춤을 추었다. 어릴 적부터 신나는 일이 있을 때 개다리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것이 몸치인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이다.


구독자 두 명은 모두 나의 지인이다. 그래도 글을 올리면 어떻게 알고 보는지 '라이킷' 알림이 꽤 온다. 오늘은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생겼다. 모두 고마운 분들이다. 글에 힘주지 말고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신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원티드'의 주인공 '웨슬리'는 회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검색하고, 결과가 없음에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나 역시 그랬다. 내 이름을 검색하면 유명 트로트 가수가 나왔다.

지금은 그 가수와 더불어 내가 쓴 브런치 글이 나온다. (원래 '김코옹'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다가 부모님 때문에 실명으로 변경했더니 안 나온다)


누구나 작가에 도전해보라고 쓰는 글은 아니다. 글을 쓰는 것은 지구력이 필요하다. 본인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써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 글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기에 싫은 소리 들을 각오도 해야 한다.

나 같은 부끄럼쟁이들은 주변인들에게 내 글이 노출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발행을 하고 내 글이 읽히는 것은 더없이 짜릿하다. 그래서 나는 오밤중에 출근 걱정도 하지 않은 채 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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