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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May 24. 2020

마흔, 딱 절반

국민연금은 언제 받으려나...

조선시대의 평균 수명은 지금과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짧다.


 : 47
양반 : 50대 초반


최근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2017년 기준, 통계청 발표)로 OECD 회원국 중에서 상위에 속한다.

어릴 적 TV에 103세 할머니가 출연했다. 리포터는 장수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질문을 하는 리포터의 표정은 존경을 넘어 경의로움을 담고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 운동과 소식(小食), 영양가 있는 식단 등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할머니의 대답은.


 ‘나도 지겨워..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기다란 담배를 뻑뻑 태우며 말씀하셨다.




마흔은 멀고 먼 두려움의 숫자였다. ‘불혹’이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곧 ‘아저씨’와 ‘아줌마’였다. 노랗게 곯은 여드름이 터진 것 마냥, 서른이 주는 안정감은 이내 마흔 공포증으로 변해갔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선입견 때문이다.


인터넷에 ‘마흔’이라고 검색을 해봤다. 검색결과에 도서가 상당히 많았다. 대체적으로 마흔에는 돈 관리법이 따로 있으며, 40대에 맞는 암기법을 공부해야 하고, 마흔을 위한 식사법도 따로 있다고 한다. 심지어 2030을 위한 책인데 표지에는 굳이 마흔전에 해야 한다고 한다 .

20~30대는 힘들겠다.

전에는 그렇게 ‘20대여 ㅇㅇ에 미쳐라’, ‘30대 ㅇㅇ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과 같은 협박성 책들이 많던데.. 40대가 되면 무엇인가 삶이 180도 바뀌는 것처럼 보일테니 말이다.


올해 마흔이 되었다.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나 사회적, 경제적 안정은 둘째치고 신체적 변화를 간과했다.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은 아니다. 나만 이럴지도..)


1.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2. 밥심으로 버티게 된다.

3. 피로를 자주 느낀다.

4. 노력에 비해 살이 안 빠진다.

5. 식성이 변한다.

6. 새치가 생겼다.

7. 몇 정거장 정도는 서서 가던 내가 자리만 보면 너무 앉고 싶다. 앞에 앉은 학생이 양보해줬으면 한다. 아니면 무릎에 좀 앉고 싶.......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80살까지 라고 해도 이제 절반이다. 그런데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17년 가까이 납부 중인 국민연금도 아직 한참 더 내야 하고,

노약자석이나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이용도 못해봤는데 몸은 벌써 변하고 있다. 그에 반해 마음은 여전히 사춘기를 겪고있다. 아직도 인간관계가 힘들고,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아랫사람을 포용할 줄 모른다. 몸이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마음도 어른스러우면 좋으련만.


지금은 100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TV에 나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사람들이  각광받는다. 아찔한 뒤태의 아가씨를 불러 세워 보니, 대학생 아들을 둔 엄마였다는 어느 TV 예능 속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70세 보디빌더 할아버지, 벨리댄스를 멋지게 추는 80세 할머니도 그렇다.  젊게 사는 사람들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다. 그들의 표정은 생기가 넘치며,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보디빌딩을 하고 벨리댄스를 추지 않더라도 즐거운 마음을 위해 PS4 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의 멋진 장면에 열광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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