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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May 29. 2020

혼자 살고 있습니다

1인 가구에 대하여

대학 동창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잘 사나? 별일 없재? 므고 니 결혼 진짜 안 할 끼가?


다짜고짜 구수한 사투리로 우리 부모님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결혼, 육아, 연애에 관한 얘기다. 대꾸라도 하면 말이 길어지니 그저 듣고만 있는다.

나는 ‘비혼선언’이나 ‘독신주의’처럼 확고한 의지를 가진채 혼자 사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즐거운 것을 먼저 찾는 편이고 그것이 '사람'과 관련되지 않을 뿐이다.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


몹시 궁금하다. 외롭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공포영화를 보거나 귀신얘기를 듣는 날에 조금 무서운 것을 제외하고 외롭거나 혼자라서 서럽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아파도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다. 혼자가 좋고 편하고 행복하다.


친구는 아들만 셋을 낳았고, 육아와 시집살이로 늘 힘들어했다. 남편은 '남의 편'이라며 늘 흉도 봤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결혼을 안 하냐고 잔소리를 하는 것일까?

대부분 주위에서 듣는 결혼 생활은 행복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없어도 좋은 얘기를 많이 들려줬더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와이프 눈치보는 남편들과 속썩이고 버거운 결혼 생활 뿐이다.


나에게는 크게 두 부류의 지인들이 있다.


[결혼은 안하면 큰일 나는것이며, 자식을 키워봐야 어른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이를 먹으면 외롭고 서글퍼지니 한살이라도 젊을 때 결혼해야 한다.
그들 입장에서 나는 인구감소의 원인이며, 큰일날 사람이다.
[결혼하지 말고 혼자 편하게 살라는 사람들]
나의 자유로운 삶을 부러워하며, 애 때문에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간혹 두 부류의 지인이 같이 모이는 날은 나를 사이에 두고 설전이 벌어진다. 당사자인 나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말이다.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할거면 남들처럼 하는게 낫지. 남들 다 해보는 결혼은 해봐야 할것아니야?


세상에 이런 모순된 말이 또 있을까. 해도 후회하는 것을 굳이 왜 한단말인가.

차라리 안하고 후회하는쪽을 택하겠다. 적어도 결혼에 대한 티끌만큼의 긍정적인 상상이라도 남을테니.


혼자 사는 삶에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내 의지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할뿐이다. 혼자 먹는 밥, 혼자보는 영화, 혼자만의 시간이 편안하다. 함께여서 좋은것들도 많지만 나에게는 오롯이 ‘혼자’라는 시간이 소중하다.


나는 13년간 합숙소에서 생활했다. 당연히 개인공간은 없었다. 물건, 감정, 행동 그 무엇에도 ‘나’는 없다. 내 의사와 관계없이 공유되고 공개된다.

그래서일까. 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간절했다. 지금의 독립적인 성격이 그러한 간절함에서 커졌는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방출된 에너지가 혼자있는 시간에 채워진다. 완충된 몸과 마음으로 또 하루를 열심히 사는것이다. 인기 예능 프로인 ‘나혼자산다’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혼자있는 시간을 채울 필요도 없다. 심심하면 심심한대로 그냥 있으면 된다.


어느 순간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싶고, 또 좋은 인연이 온다면 ‘연애’ 정도는 할 수도 있겠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행복함을 누리며 살면 되고,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들에게는 없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으로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는것이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혼밥과 혼술집에서만 환영받는 존재지만, 각자의 삶의 가치관을 인정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날이 오길 바란다. 아니, 적어도 잔소리는 좀 안듣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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