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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Jun 01. 2020

퇴사가 고민 이라면

다음달 카드값 괜찮겠니.....


퇴사가 유행인것같다. 수 많은 커뮤니티에서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과정을 공유하거나 직장을 벗어나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런 글들이 인기가 많다. 조금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꿈꾼다는 것에.



첫 퇴사를 뺏겼다


10년을 다닌 회사가 있었다. 10년근속을 코앞에 두고 회사는 폐업을 했다.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경영악화였다. 당시 나는 대기업과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한달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회사가 빠르게 폐업 수순을 밟아가던 어느날, 경영지원팀으로부터 사직서 양식이 첨부된 메일이 도착했다. 가슴에 품은 채 힘들때마다 '작성일'만 업데이트 했던 나의 사직서는 써보지도 못했다. 퇴사사유는 '경영 악화로 인한 권고사직'으로 적어달라고 했다.


창립기념일에 맞춰 10년 근속 수상예정이던 나는 창립기념일이 있는 그 달에 퇴사를 당했다. "대표님 좀 쉬고 올게요!" 라는 말과 함께 휴가를 내고 떠나고 싶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같은 건 필요없었다. 그저 어디든 콕 박혀서 밀린 책도 읽고, 자전거도 실컷타고, 게임도 밤새 하다가 망원경 하나 들쳐매고 깜깜한 밤하늘도 원없이 보고 싶은 그저 딱 한달의 휴식만 필요했을 뿐이다.


퇴사에 대해서는 이따금 생각만 해봤을 뿐, 용기도 필요도 없었다. 언젠가 퇴사를 한다면 그것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한 이직의 절차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판단과 선택이 필요하다


퇴사를 하겠다는 사원A가 있었다. 퇴사사유는 자아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겠다고 했다. 어쩌다 자신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찾을 수는 없는건지 궁금했다. 입사 첫날 회식자리에서 회사를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하겠다던 무시무시한 친구였다.


나:자신을 찾으면 복귀 할거야?
A:연봉 많이 올려주시면 생각해볼게요.
나:됐어, 오지마 그냥....


개인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퇴사를 가볍게 여기고 감성으로 받아들일까 걱정됐다. 버스에서 벨만 누르면 내릴 수 있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잘 타고가던 버스를 내릴 때는 보통 이렇다.


1) 버스를 잘 못 탔거나

2) 내릴 정류장을 지나쳤거나

3)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4)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하차를 해야 한다는 결론은 동일하나, 하차의 이유와 이후 과정은 모두 다르다. 4번을 제외하고 승객은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한다.


이처럼 깊게 고민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자신만의 명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한다. 실제로 퇴사에 대한 글을 보면 당사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 준비를 했는지 알 수있다.


착각은 위험하다


퇴사 후 여행지에서 찍은 SNS 사진에 착각하지 말자. 무턱대고 따라하면 귀국 후 현타가 온다.


멋지게 사표내고 힐링중~!!
나는 이렇게 여유롭고 편한데, 지금 쯤 다들 사무실에서 아둥바둥 일하고 있겠지? 메롱~


정말 이게 퇴사하고 싶은 이유라면 휴가를 쓰는것이 좋지 않을까.



먼저 생각해보자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면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무엇을 가장 고민해야 하고,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를 퇴사까지 이끌고 온 것이 무엇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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