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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Jun 14. 2020

나 내일부터 다이어트할 거야

아니, 오늘부터 해

거짓말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한다게 거짓이 아니라, ‘내일부터’가 거짓이다.
어르신들이 ‘오래 살았으니 이제 그만 죽어야지... 홀홀홀’ 하고 말씀하시는 것 다음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다.
운동을 그만두고 살이 쪘다. 약해진 관절만큼 의지도 약해져서 다이어트는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주문한다]
한 끼 안 먹는 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그 새 식욕을 못 이기고 배달을 시켰다. 주문을 취소할 틈도 없이 배달을 시작했다는 문자가 왔다. 뱃속에 음식을 가득 밀어 넣고 침대에 철퍼덕 누워버린다. 그걸 못 참고 또 먹었네! 돼지인가 사람인가!! 죄책감이 가득 밀려왔다.
괴로워 하기를 수십 분, 배가 부르니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었다.

[밥 한 공기와 피자 한 조각]
운동할 때는 고단백 위주로 식사를 했다. 먹는 양이 많았음에도 워낙 활동량이 많아서인지 군살이 없었다.
운동을 그만뒀으면 식사도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활동량에 비해 먹는 양은 그대로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무시무시한 나잇살까지 추가된 듯하다. 신진대사가 예전 같지 않고, 기초대사량이 주식보다 더 곤두박질을 친다.
20대의 밥 한 공기가 40대에겐 밥 한 그릇 + 피자 한 조각이라는 얘기가 진짜로 느껴졌다.
운동을 그만두고 10여 년 동안 꾸준하고 성실하게 살이 쪘다.  돈을 모은 게 아니라 살을 모았나 보다.
이제는 미용을 위해서가 아닌 건강을 위해 체중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데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며 나만의 다이어트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당장 헬스장으로 달려가서 개인 PT를 받고 싶었지만, 다이어트의 시작은 식단 조절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우선 한 달간 식단 조절을 위해 방법을 찾기로 했다.


1. 어디서 주워들은 것이 기억나 파란색 피자, 파란색 치킨, 파란색 삼겹살 등 식욕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사진을 찾아봤다. 식욕을 떨어뜨리다 못해 역겹기까지 했다. 파란색 음식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던가 싶을 정도로 이질감과 혐오가 밀려왔다. 그래서 사진을 잘 보지 않게 된다는 단점이 발생했다.

2. 날씬한 모델이나 연예인의 사진을 본다. 자극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3. 음식을 여러 번 나누어 섭취함으로써 포만감을 높인다. 그러나 배고픈 순간에 잠시 이성을 잃었는지 정신을 차려보면 음식이 사라져 있다.

4. 고강도의 운동을 한다. 밥이고 뭐고 씻을 기운도 없게끔 최대한 힘든 운동을 한다. 그래서 북한산으로 등산을 갔다. 깜박했다. 숟가락 들 힘마저 없앴어야 하는데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라면과 김밥을 먹어치웠다.

5. 마음에 드는 옷을 한치수 작은 것으로 사거나, 예전에 입던 옷 중에서 지금은 맞지 않는 옷을 보이는 곳이 걸어둔다. 초반에는 자극이 되었으나, 지금은 벽지만큼의 존재감도 없다. 인테리어 소품처럼 느껴졌다.

[된장? 간장? 아니 대장(大腸)]
사람의 장속에는 좋은 균과 나쁜 균이 있다. 좋은 균, 즉 유익균 중 대표적인 것은 요즘 광고에도 자주 나오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다. 반대로 나쁜 균, 유해균은 ‘클로스트리듐’, ‘박테로이드’ 같은 것이 있다. 특히 ‘박테로이드’는 이름부터 ‘박테리아’ 스럽지 않은가.
이 유익균과 유해균은 장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균형이 깨지면서 유해균이 늘어나면 그로 인해 독소 발생과 염증을 일으켜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 된다. 독소가 혈액을 타고 뇌로 들어가 식욕 억제 기능과 면역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장속에 있는 유해균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꽤나 흥미롭고 충격적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새롭게 떠오른 ‘면역력’ 또한 장 건강에서부터 시작이다.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첫 단추는 ‘장 건강’을 챙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장을 튼튼하게 하고 유익균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몇 가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통한 섭취를 늘린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흡연, 음주, 인스턴트 음식, 인공감미료, 액상과당 등을 피해야 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결국 알고 있는 것의 실천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 한 달간 체중 7킬로에 체지방 4킬로 정도를 감량한 적이 있다. 운동은 하지 않았다. 스트레스 누적과 폭음, 폭식으로 망가진 몸을 되살리는 게 시급했다. 우연한 기회에 장 건강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장을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탄수화물, 탄산음료, 술, 과자, 인스턴트 음식을 금하고 콩을 주성분으로 한 단백질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식이섬유, 미네랄이 풍부한 수분 섭취를 늘렸다. 식이섬유와 유산균은 지인의 추천을 통해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했다. 그 결과 속 썩이던 변비가 사라지고, 얼굴의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피로로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없어서 인지 살은 자연스레 빠지며 체내 단백질과 체수분의 수치가 올라갔다.
무엇보다 감정 기복과 짜증이 현저히 줄고 수면의 양과 질이 올라간 것이 기뻤다.

선수들도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다이어트를 한다. 매일 운동하는데 뺄 살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할지 몰라도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고 적응이 빨라서 하루 3~4차례 운동하는 와중에도 살이 조금 붙을 때가 있다.
그래서 살이 좀 붙었다 싶으면 야간에 개인훈련을 했다. 운동장을 뛰거나, 비닐로 된 땀복을 입고 줄넘기를 했다. 때로는 감독님 몰래 땀복과 트레이닝복을 잔뜩 껴입고, 숙소 근처 오락실에 가서 몇 시간씩 노바소닉의 ‘또 다른 진심’에 맞춰 펌프(pump)를 하기도 했다. 보통 시즌이 다가오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감독님 입회하에 체중을 측정하는데 체중이 오버되는 선수들은 감독님께 호된 야단을 맞아야 했다. 선수가 몸 관리를 못한다는 것은 선수 자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하는 말]
비단 선수만 몸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회사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 그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의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권리도 있다. 그러려면 우선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데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조금 꼬아서 얘기했지만, 쉽게 말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내가 먹고살 수 있으니 건강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 미래를 위해 달려야 하는 사람 모두 ‘건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건강을 염려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튼튼한 장을 만들기부터 시작해보자.

나도.. 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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