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동아! 지금이야!!!
타이밍, timing
축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타이밍이 존재한다.
1. 패스(pass) 타이밍
2. 슈팅(shooting) 타이밍
3. 드리블(dribble) 타이밍
4. 선수 교체 타이밍
5. 감독님 몰래 잠깐 쉬는 타이밍
조금 더 잘게 나누어 보면 수십, 수백 개의 타이밍이 있다. 동작 하나하나에 타이밍이 필요한 것이다. 공을 차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고 헤딩을 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는 모든 순간이 '타이밍'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타이밍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순간'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순간을 조절하기 위해 우리는 '속도'라는 것을 조절한다.
간단한 예로, 달려가는 동료에게 패스를 하기 위해 공의 속도를 조절한다. 속도가 빠르면 동료 선수가 공을 잡기 어렵고, 너무 느리면 상대가 패스를 가로채거나(인터셉트) 동료 선수가 공을 기다리게 되어 상대 선수로부터 마크당하기 쉽다. 슈팅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슈팅은 반박자 내지 한 박자 빠르게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슈팅은 상대 골키퍼와의 타이밍 싸움이다. 흔히 '허를 찌르는 슈팅'은 상대가 예측했던 타이밍을 빠르거나 혹은 느리게 조절하여 상대의 속도를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좋은 타이밍과는 반대로 안 좋은 타이밍도 있다.
패스 타이밍을 놓쳐 오프사이드(offside) 반칙에 걸리거나, 헛발질을 하거나, 감독님이 저기압일 때 자책골을 넣을 때 (아, 생각하기도 싫다)
타이밍은 단순하게 속도를 조절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순간 중에서 '가장 좋은 순간'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공을 가진 공격수 앞에 상대 수비수가 서 있다. 주변에 패스를 받아 줄 동료가 없는 상태라면 공격수는 당연히 돌파를 시도할 것이다. 상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방향 전환과 속도 변화를 모두 이용해야 한다. 상대의 왼쪽 방향으로 공을 몰다가 수비수가 왼쪽으로 중심이 쏠리는 순간, 빠르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따돌린다. 또는 천천히 리드미컬하게 공을 몰고 가다가 상대 수비수가 다가오는 순간, 폭풍 같은 스피드로 달려 나가며 따돌린다. 가장 좋은 순간을 찾아 망설임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인생에도 '타이밍'은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말다툼 후 사과하는 타이밍,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하는 타이밍, 팽팽해진 낚시 줄을 낚아채는 타이밍(챔질이라고 하던가?)처럼.
스스로 타이밍을 못 맞춘다고 느낀다면, 나의 속도 조절에 문제가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나의 속도 조절 즉, 타이밍이 적절했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만을 위한 속도는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사과를 하는 타이밍이 늘 안 좋았다. 사과를 하거나 반대로 사과를 받고 더 크게 싸운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늘 내 기분이 풀리면 사과를 했다. 내가 기분이 풀렸기 때문에 상대방도 기분이 풀렸을 것이란 착각을 했다. 내가 기분이 풀리지 않으면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 주지 않기도 했다. 화해할 수 있는 타이밍을 번번이 놓쳤다. 나의 속도에 타인의 속도를 맞추려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가장 좋은 순간'을 놓친 것이다.
좋은 타이밍은 여러 번의 '실패의 순간'을 경험해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순간'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내가 선택한 타이밍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삶의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나만의 타이밍을 찾는 연습을 한다면, 회심의 슈팅이 경기장에 날아든 비둘기를 맞추는 최악의 타이밍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