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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Jun 21. 2020

공을 예쁘게 차 봅시다

김태희가 아니어도 가능해요

축구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기술은 ‘패스’ 일 것이다. 패스란 손을 제외한 신체의 부위를 사용해(주로 발을 사용) 공을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패스는 하는 것만큼 받는 것이 어렵고 중요하다. 그런데 이 ‘패스’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전달하는 테크닉보다 ‘배려’다. 100m를 11초에 달리는 선수 ‘홍길동’과 20초에 달리는 ‘이순신’이 있다. 앞으로 달려가는 두 선수에게 각각 빠르고 강한 패스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달리기가 빠른 홍길동은 공을 받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이순신은 그렇지 않다. 이순신은 패스를 받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면서 생각할 것이다. ‘저 배려 없는 놈!!’


공을 ‘예쁘게’ 찬다는 표현이 있다.

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를 날리며 공을 찬다는 의미가 아니다. 동료 선수의 위치, 상황, 특성을 고려하며 공을 차는 선수를 뜻한다.


아이패드 프로면 뭐하나... 손이 똥 손인데 ㅜ


그림에서 보이는 1번과 2번은 모두 같은 편 동료에게 ‘패스’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공을 받는 선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어떤 방향으로 패스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 1번 방향으로 공을 받게 되면 뒤에 있는 수비수와 거리가 멀게 되므로 공을 뺏길 확률이 낮다. 안전하게 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번 방향은 수비수와 거리가 가까워지므로 위험한 패스라고 할 수 있다. 1번 방향이 받는 사람을 배려한 패스고 ‘예쁘게’ 공을 찬 경우에 해당한다.     




‘부적합한 문자입니다’

며칠 전 새로 만든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다가 툭 하고 튀어나온 메시지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도 무엇이 부적합한 문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담당 개발자에게 확인해보니 특수기호는 입력할 수 없다고 한다. 차라리 특수기호는 입력할 수 없다고 표시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아니, 조금 더 사용자를 생각한다면 애초에 특수기호는 입력이 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개발자마다 각각의 스타일이 있고, 성격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되도록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왜(why) 안 되는 것인지, 어떻게(how) 하면 되는지, 무엇(what)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는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내 메시지 표시, 색상 하이라이트 처리,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을 때 맨 위로 올릴 수 있는 버튼 등은 사소하지만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한 일종의 작은 ‘배려’인 셈이다.      


‘친절과 배려’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번지는 기분 좋은 단어다. 말과 행동으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기는 것은 힘들다. 서양에는 ‘매너’, 스포츠 경기에서 ‘페어플레이’가 그렇다.

친절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태도를 뜻한다.

옵션으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를 더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따로 없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사람을 거들거나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을 우리는 ‘친절하다’고 표현한다. 반면 배려는 보다 능동적이다. 노약자,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문을 열고 나가면서 뒷사람이 부딪치지 않도록 문을 잡아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친절도 물론 기분 좋지만 배려를 받았을 때 사람은 더 큰 감동을 받는다. 배려에는 양보와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친절과 배려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가정이나 직장,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웃으며 인사하기

마지막 물 마신 사람이 생수통 갈아 놓기

화장실 세면대 사용 후 손 닦은 티슈로 물기 제거하기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뒷사람 문 잡아주기

층간소음 유의하기

엘리베이터 이용 시 탈 사람 있는지 확인해보기 (혼자 타고 싶어도 좀 참자)

이웃 간 인사하기

무거운 물건 같이 들어주기

임산부 좌석 비워두기

지하철에서 하차 승객이 모두 내리면 탑승 하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나만 손해를 보거나 일방적인 희생을 한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나도 누군가로부터 친절과 배려를 받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관심을 가질수록 나의 마음은 건강해진다. 공감과 소통능력도 향상된다.      

돌려받기 위한 배려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 어린 배려를 행할 때 공을 예쁘게 찰 수 있다.


    

+ 덧붙임

누군가에게 친절과 배려를 받았다면 감사의 인사는 꼭 표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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