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천마리가 모이면 맷돌도 든다
천마리의 개미가 무거운 맷돌을 정말 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만큼 협력은 중요하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 운동(테니스, 골프, 수영, 태권도 등)과 다르게 단체 운동에 속하는 축구는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뛰어난 선수 한 명이 2~3인의 몫을 한다지만 그것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도 혼자서 11명의 상대를 당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11명의 선수가 한데 어우러지는 협력은 가히 축구의 꽃이라 할 수 있겠다. ‘협력’은 공격보다 수비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다.
축구에는 ‘협력수비’라는것이 있다. 수비수는 자신이 마크하고 있는 공격수만 졸졸 따라다닐 것 같지만, 상황에 따라 시기적절하게 협력수비를 펼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협력수비를 하게 되면 ‘수비대형’이 영향을 받으므로 감독은 경기장 밖에서 수비대형을 체크하고 조정 한다.
(경기장 밖에서 감독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80%가 이것 때문이다. 20%는 아마도 욕.....?)
1. 어떤 상황에서도 골대를 등지고 서야 한다. 2.공과 상대 공격수를 동시에 시야에 둔다. 3.사이드 돌파는 허용하더라도 절대로 중앙 돌파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4.상대 공격수의 볼을 뺏기 위해 섣불리 발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5.위험지역(슈팅이 가능한 거리)에서는 골대로부터 공을 멀리 걷어 내는 것이 우선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하는 수비수의 불문율이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위에 언급한 다섯 가지를 잘 지키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축구는 내 역할만 한다고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공백을 메워주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동료가 채워주는 상호보완을 잘 해야한다. [협력수비의 예]
하프라인의 왼쪽 사이드에서 수비를 하던 희동이는 또치의 빠르고 현란한 페인트 모션에 돌파를 허용했다.
또치는 골문을 향해 공을 몰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중앙에서 수비를 하고 있던 도우너가 또치를 저지하기 위해 왼쪽 사이드로 달려 나가 앞을 막았다.
또치와 도우너가 대치하고 있는 틈을 타 희동이는 도우너가 자리를 비운 중앙 수비 영역으로 재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동시에 미드필드에 있던 둘리가 도우너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
둘리는 또치가 중앙으로 갈 수 없도록 안쪽을 막아서고, 도우너는 앞으로 치고 달리지 못하게 막아섰다.
둘은 또치를 사이드 터치 라인 쪽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또치를 더욱 강하게 압박을 하여 결국 공을 빼앗았다.
(물론 둘리가 ‘호이~’ 한마디만 하면 공을 빼앗을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협력수비 중 하나다. 이외에도 수많은 상황에서 협력수비가 일어난다. 선수들은 훈련과정에서 수천번의 반복을 통해 협력수비를 몸으로 체득한다.
‘가서 동료를 도와줘야지’라는 생각도 하기 전에 몸이 그쪽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과정이다.
친한 동료라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위기 상황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협력수비는 수비 성공률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호흡이 맞지 않거나 실수가 발생하면 더 큰 위험이 따른다는 부작용도 있다.
‘일타쌍피’ , 즉 한명의 공격수가 두명의 수비수를 바보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직업의 특성상 파견근무가 대부분인 나는 ‘협력사’로 불린다.
나의 고객은 주로 고객사 전산팀의 직원들이며, 그들만으로 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이 어려우므로 나와 같은 전문 협력사 직원들이 필요하다. ‘협력사’라는 말이 생긴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하청업체’로 불렸다. 이 단어는 아무리 들어도 기분 나쁘다.
왜 하청업체를
협력사로 부르기 시작했을까?
시대적 변화와 하도급법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방적인 지시와 수행의 관계에서 '상생하는 관계', 즉 협력을 통한 협업하는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그 이유일 것이다. 시스템의 장애 상황이 모니터링되면, 고객사 전산팀의 담당 직원이 상황을 접수받는다.
프로그램의 기능 오류 발생 외 정책 오류로 인한 부분이라 판단되면 그때부터 협업이 시작된다.
시스템도 결국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서비스 정책이 밑바탕이 된 것이므로 모순과 오류가 존재한다.
(브런치의 ‘차단’ 기능이 없는 것처럼)
전산팀 담당자가 정책 담당자와 협의하여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결정된 사항을 협력사에 전달한다.
협력사는 결정된 정책을 시스템화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이를 시스템에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협업이란 같은 목표를 가진 채 ‘따로 또 같이’ 하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보완하고 협력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내 것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따로 또 따로’가 되며 배는 산으로 가고 ‘일타쌍피’로 망하는 꼴이 된다.
희동이를 돕기 위해 도우너가 달려왔고, 그 도우너를 둘리가 와서 도왔다.
그들 중 누구라도 내 역할이 아니라고 방관한다면 결국 실점의 위기까지 맞게 되었을 것이다. 회사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많은 것을 함께한다. 나와 협력하는 관계가 누구인지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돕는다면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또치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