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안톤 May 11. 2020

로또 1등 보다 비 오는 아침이 좋다

아이고 도가니야......ㅠ

로또 1등 당첨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희망 그 자체이자,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운 좋은 사람의 이야기다.

현재 그 사람의 물질적인 희망사항 내지, 삶의 가치척도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질문이 “로또 당첨되면 뭐하고 싶어?” 가 아닐까.

직장 동료끼리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로또 판매처를 볼 때마다 로또 당첨되면 뭐할 거냐, 뭐할 거다 라는 식의 우스갯소리는 대화에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 이기도 하다.

나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로또를 산다. 그것도 의미심장한 꿈을 꾸었을 때만 산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불, 피, 응가, 돼지 같은 것이 꿈에 나오면 금전운이 있더라’ 하는 속설을 은근히 믿고 있단 증거다. ‘인생은 한방이야!’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비가 온다. 정말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다. 지난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눈이 오긴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건조한 겨울인 만큼, 여름을 코 앞에 둔 이 비는 그야말로 '단비'다.

축구부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언제든 비가 반가웠다. 특히 새벽부터 내리는 장대비를 사랑했다.

실내 체육관이 없던 터라 새벽에 비가 내리면 아침 훈련은 취소가 된다. 그래서 잠결에 빗소리라도 듣는 날엔, 굳이 자는 사람까지 깨워서 기쁜 소식을 전하곤 했다.

지옥 같은 아침 훈련이 없다는 것이, 아침식사 전까지 꿀잠을 잘 수 있다는 그 행복감이란,  딱딱한 방바닥도 구름 위 같았고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했다.


그때는 그저 빗방울 하나에도 행복을 느꼈다. 풍족함이란 없고, 돌아서면 배고프던 운동부 시절, 단돈 천 원보다 값진 것은 공짜로 내리는 빗방울이었다.

그 시절 누군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로또번호를 알려준다한들 새벽녘 내리는 그 빗방울에 비할 수 있을까.


지금은 비 오는 것이 반갑지 않다. 닳아버린 무릎 연골이 반가워하지 않고, 출근길 정체가 반갑지 않다. 소소한 행복이 없는 요즘,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를 보니 빗방울 소리에도 웃음 짓던 옛 시절이 떠올라 아련한 기분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량이 약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