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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도서관을 끌어내리자!!!

오다가다 들르는 미래 도서관

#1 꼰대 연대 도서관

자주 이용하는 연세대 도서관은 꼰대 그 자체다. 꼰대는 자신의 권위를 타인의 복종에 의해 높이려 한다.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항하는 자는 허용치 않는다. 도서관에 다다르면 우선 높은 기단이 반겨준다. 기단은 지나치게 낮고 넓어 조심하지 않으면 발이 걸리기 쉽다. 계단 하나하나 살피며 올라가느라 머리를 조아린채 입구로 향한다. 정문은 중세시대 성벽처럼 묵직하다. 백화점 정문보다 열기가 더 힘든 문은 힘이 약한 사람에겐 매일이 고난일 것이다. 이중 문을 열었다고 도서관에 아직 들어선 게 아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사립 도서관처럼 연대도 학생증 또는 도서관증을 찍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위압적인 연세대 중앙도서관


#2 들어가기 험난한 도서관

도서관에 들어서면 광활한 로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리석 마감으로 된 거대한 공간은 행동을 제약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자유로운 연대 학생들은 쇼파에 널부러져 잠을 청하곤 하지만 일반화하긴 어려운 모습이다. 열람실이 한눈에 보이지도 않고 안내판도 없어 처음 도서관을 찾은 손님은 책을 어디서 빌릴 지 모를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열람실 위치를 물었더니 2층으로 올라가야 한댄다. 높고 불편한 계단을 올라 2층에 올라서야만 드디어 열람실에 들어간다. 

책을 향한 여정


#3 너무 조용한 열람실

열람실은 고요함 그 자체이다. 간간이 말소리가 들리는 곳은 오직 사서 자리일뿐, 어느 곳에서도 얘기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살금살금 움직여 미로 같은 서가를 뒤적이다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4 도서관 콧대가 높아진 이유

도서관은 본래 책을 빌리는 곳이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책을 빌려주기 싫은 듯한 태도로 이용객을 맞이한다. 마치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뺐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속좁은 사람처럼 보인다. 언제부터 도서관이 이용객에게 배타적이었을까. 그 이유는 근대 이전, 정보를 얻을 매체는 책이 전부였지만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5 책은 무지 비쌌다

고대시대 파피루스 두루마리 한 권은 당시 노동자 연봉의 150배였다. 유럽 중세시대에는 책 한 권을 엮으려면 양 200마리와 거위 수십마리의 희생과 필경사 18명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책 한 권은 당시 집값의 1/5의 값어치를 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종이의 발명 후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지만 18세기 조선시대의 책 값은 약 140만원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근대화 이후 대량 인쇄의 시대가 열린 후 책은 누구나 살 수 있는 물품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이 이용하기에는 비싼 매체였다. 

역사적 책의 가격



#6 도서관도 무척 귀중했다

귀중한 문화재를 소장한 박물관처럼 도서관의 권위도 높아만 갔다. 도서관은 책을 향유할 수 있는 상류층들의 전유물이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양인, 중인층에게도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다. 자연히 전근대의 도서관이 권위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다. 도서관은 높은 기단에 육중한 자태로 지어지며 경비원이 상주하는 보안 시설이었다. 

1911년에 지어진 뉴욕 공립 도서관



#7 3차 산업혁명에 맞춘 시애틀 도서관

국민의 소득과 의식이 높아지며 도서관은 점차 대중을 위한 곳이 되었다. 하지만 건축물이 으레 그렇듯이 변혁의 흐름은 시대에 비해 훨씬 늦었다. 민주화의 정치 흐름과 3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명이 시작되고 수십년이 지난 뒤, OMA의 시애틀 공공도서관이 생겼다. OMA는 도서관을 책의 저장소와 더불어 공공영역으로의 복지 공간으로 인식했다. 그전에도 공공성을 강조한 도서관이 더러 있었지만 책 저장고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다. 시애틀 도서관은 공공성이 주요한 목적이 되는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체스를 두고, 차를 마시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도서관에 찾는다. 도서관의 권위를 낮춰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시애틀 도서관 프로그램



#8 4차 산업혁명의 도서관은?

시애틀 도서관이 들어선지 20년도 되지 않았지만 사회는 4차산업혁명으로 들어섰다. 그럼에도 도서관은 여전히 근대의 모습, 혹은 전근대의 모습에 머물러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유튜브와 구글을 통해 정보를 얻고, 전자책으로 서적을 읽는다. 책의 저장고 역할로서의 도서관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 서울시 통계에 의하면 도서관 이용객의 70퍼센트는 책 대여 외의 일을 위해 도서관에 온다. 또한, 도서관이 편안하고 전문적인 공간이 되길 원한다. 책이 중요해지지 않은 도서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시 통계 2018



#9 공간과 시민 중심의 도서관

현재의 책과 서가 중심의 도서관에서 공간과 시민 중심의 도서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이 집에서도 공부하고 재택근무할 수 있는데도 굳이 도서관에 오는 이유는 집중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각자의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도서관을 설계해야 한다. 즉, 공간 중심의 도서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각자의 활동을 보장하는 아지트 공간



#10 도서관 분위기가 좀 풀어져야 한다

변화에 발맞춰 공간의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도서관은 위압적인 권위의 공간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아무리 사람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공간을 만든대야 정작 목적대로 이용하기 힘들다. 



#11 우리는 어떤 공간을 편하게 느낄까

편한 공간과 불편한 공간은 인간 심리가 인식한 결과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인식할 때, 본능적으로 그것이 불편한지 편한지 느낀다. 어떤 곳에서 자유로울 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볼 때, 그곳이 편안하다고 느낀다. 또는 어떤 공간이나 사물을 내려다보거나 한 눈에 볼 때, 만지거나 자주 볼 때, 그 대상이 편안하다고 느낀다. 

대상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요소



#12 도서관과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이 원리는 공간에도 적용 가능하다. 우리가 도서관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단이 있어 도서관을 올려봐야하고 공허한 로비에선 움직임이 움추려들기 때문이다. 책이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서가는 일렬로 빼곡하여  열주를 연상케 하고, 서가에 갇힌 책은 제목만 볼 수 있다.



#13 도서관이 바뀌어야 할 방향

도서관은 ‘공간’과 ‘서가’로 구성된다. 도서관이 쉬워지기 위해선 이 둘 모두 바꿔야 한다. 도서관은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 없이 바로 접해야 한다. 길의 일부로 인식되어 자주 보고  사람들의 삶에 밀접해야 한다. 열람실에 편하게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14 서가가 바뀌어야 할 방향

서가 역시 책만 보관하는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 그 위에 앉거나 책을 두는 가구가 되어야 한다.  서가의 디자인을 인간의 스케일에 맞췄다. 기본 모듈은 인간에 대응하는 최소의 모듈로 , 확장하고 조합되며 인간에 최적화된 공간을 구성한다.

휴먼 스케일에 맞춘 서가



#15 전자책이 압도할 미래의 도서관

연구에 따르면 전자책이 종이책을 압도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종이책이 우세한 상황이다. 현재에 맞춘 종이책 도서관을 지어야 할까, 미래에 맞춘 전자책 도서관을 지어야 할까. 과도기적 상황에선 현재와 미래 모두에 대응하는 도서관을 짓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현재에 맞춰 서가를 계획한 도서관을 짓되, 미래 전자책이 들어선 도서관은 서가보다는 공간중심의 도서관이 될 것이므로 서가가 사라질 공간을 대비한다.




#16 도서관 건축의 미래

도서관의 동선도 단순화되어야 한다. 현재 입구 – 로비 – 계단 – 열람실로 이어지는 흐름을 타파하여 열람실과 외부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도서관의 위치 역시 시민들의 일상 동선과 밀접하여 오다가다 들러 쉬다 가거나 일하고, 책을 읽다 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투명성을 띄어 외부에서 내부의 활동이 온전히 보이게 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신비감과 거리감만 생길 따름이다. 외부 동선에서 도서관 안이 보여야 관심 없던 사람들도 도서관에 유입될 수 있다. 재료는 육중한 콘크리트는 자제하고 가벼운 물질로 구성되어야 한다. 위압감을 최대한 줄이는 형태를 띄어야 하고 저층으로 지어져야 한다.




#17 진정 바라는 도서관

도서관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시민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도서관이 편하게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 되어 사람들의 삶과 닮은 도서관, 집으로 가는 길에 들리는 도서관이 생기길 바린다.

오다가다 들르는 도서관



이미지 출처

1. 연세대학교

4. TripSavvy

5. Seattle Public Library

나머지는 글쓴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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