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미학
건축물에 담겨 있는 다양한 철학
내가 사는 동네와 다른 곳을 가거나 다른 지역을 가게 되면 항상 유심히 보는게 있다. 바로 건축물이다. 건축물에는 역사, 그 시대의 트렌드, 건축주 그리고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아파트 중심의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지에서 개성있는 건축물을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주거지인 아파트의 경우 환금성 때문에 미학적인 면에서의 가치라기 보다 경제적인 가치가 더 크다. 다들 아파트와 같은 똑같은 곳에서 옹기종기 붙어 살다보니 개개인의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해서 다소 경직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특히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그 나라의 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여행을 가면 꼭 그나라의 특징적인 건축물을 사진에 담아오려고 한다.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진 않았지만 같은 아시아권이라 할지라도 각 나라마다 건축물의 양식이 다르다. 중국의 경우 크고 화려하며 일본은 섬세하다. 대만은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두 나라의 느낌이 다 담겨있다. 빌딩, 아파트와 같은 현대식 건물같은 경우에도 같은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날씨의 영향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다.
루이스 칸 : 단순하지만 꽉 차 있는
건축에 대해 아주 조예가 깊은건 아니지만 루이스 칸을 좋아한다. 내가 추구하는 철학과 루이스 칸의 건축 철학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루이스칸은 현대 건축가로 모더니즘 건축의 최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건축가이다. 현대건축에서 유행하던 모더니즘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전통을 조합하는 등 그의 방식대로 창의적으로 풀어냈다. 킴벨 미술관, 소크 생물학 연구소, 다카 다카 국회의사당 등 많은 걸작들을 만들어 냈다.
그의 건축물중 소크 생물학 연구소의 가운데 비어있는 중정은 20세기 위대한 공간으로 선정되었다. 건물이 주는 루이스칸의 건축물의 기하학적인 양식도 멋있지만 건축에 있어 비움으로써 완성되는 철학적인 개념을 만들어 냈다. 가운데 비어있는 중정은 아침, 오후, 저녁 등 해의 위치에 따른 빛과 그림자에 따라 건물이 달라보인다. 비어있는 공간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단순하면서 비어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로 꽉차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단순하게 살면 재미 없지 않아?
나는 단순한 삶을 지향한다. 그래서 예측이 되는 고요하고 루틴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전 맑은 정신으로 독서나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출근해서 일한뒤 퇴근후 체력이 된다면 운동을 한다. 그리고 주말에 별다른 약속이 없다면 오전에 꼭 공복운동을 하고 독서, 개인적인 일 등 계획했던 것들을 한다. 예전에 나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던 삶이다.
이러한 내 단순한 삶을 아는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살면 지루하지 않냐고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곤한다. 하지만 루틴한 삶이 얼마나 평화로운 삶인지 깨닫고 나서 루틴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생은 겪으면 겪을 수록 수련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발전할 수 있다. 그 갈고 닦는 과정은 단순한 일들의 반복이기에 당연히 지루하다. 지금의 이 루틴함도 내 생애주기의 큰 이벤트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를 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러한 변주는 얼마든지 맞을 예정이다.
2024년 상반기에 벌려 놓은 일들이 많지만 너무 벌려놓기만 해서 아직 정돈되지 않았다. 벌려 놓은 것들을 좀더 단순지만 밀도있게 압축시켜 하반기엔 새로운 변화와 개인적인 성장을 이뤄내길 바라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