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하겠지에서 할 수 있을까로
얼마 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사회 초년생 때 회사에 얼마 없는 든든한 "백"같은 존재였던 회사 선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회사 생활로 힘들어 할 때면 별거 아니라며 토닥여 주고 잘못을 했을 땐 따끔하게 혼내던 선배였다.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지만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해주던 선배이기도 했다. 사회에서 만난 얼마 되지 않는 가장 좋아하는 언니이기도 했기에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결혼식에서도 선배가 너무 행복해 하는게 보여서 가족이 결혼하는 것 만큼 뭉클하기도 했다.
결혼 할 수 있을까?
결혼식에 다녀오고 나니 20대 때 결혼식에 참석 할 땐 느끼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이 느껴졌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의 현실로 돌아오니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가볍지 않은 무게가 느껴졌다. 20대에 결혼식에 참석할 때에는 '언젠간 나도 저자리에 서서 결혼을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주였다면, 앞자리가 바뀐지 얼마안된 지금 30대가 되어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여할 땐 '나도 저자리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자리만 바뀌었을 뿐인데 어떠한 마음으로 둘이 결혼까지 결심할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는지 부터 시작해서 결혼식 준비를 비롯해 결혼식장까지 온 신랑 신부가 대단해 보였다.
앞자리가 바뀌니 지인의 결혼에 부모님이 다녀오실 때면 앞에서 대놓고 내색은 안하지시만 지인의 딸과 아들의 결혼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한테 설명하시는데 이럴 때면 나는 항상 다른 쪽으로 말을 돌리곤 한다. 나한테 돌려서 "너는 언제 할래?"라고 물어 보는 숨은 의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결혼이 아닌데 어떡합니까? 그래도 아무하고 할 순 없잖아요.ㅠㅠ
결혼식은 그 사람의 살아온 흔적
앞자리가 바뀌고 결혼식에 가니 보이는 건 신랑 신부의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이다. 식장의 크기나 하객의 규모 등과 겉으로 보이는 대단한 흔적이 아니라 결혼한 친구나 선배들의 결혼식을보면 학창시절, 예전 직장 또는 현재 직장 동료이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해 주는걸 보면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가 보인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려고 신부 대기실에 대기하며 자기 결혼식인것 처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지인들과 멀리 사는 지인이나 심지어 해외에 있는 지인이 축하해 주기위해 결혼식에 오는걸 보면서 주변 사람 또는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보인다. 나는 과연 내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개인적으로 결혼식이라는 형식보다는 결혼으로 어떤 인생을 꾸려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과 정말 친한 지인들로 구성된 소규모로 하고 싶은 바램이 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이고 일단 앞으로 삶을 함께 할 반쪽을 찾는게 먼저겠지만 요즘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게 특별하면서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언젠가 있을 결혼식 입장에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3악장 마지막 2분30초를 들으면서 입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