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에너지 보존의법칙

나는 왜 퇴근 후 바람빠진 풍선이 되는가

by 이녹

20대 때는 뭐든 열정적이었다. 물론 지금 열정적이지 않다는건 아니다. 대학생 때는 밤을 새며 과제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운동을 하러 갔고, 한학기에 여러 동아리나 학회에 참여했다. 사회초년생에는 매일 아침 풀메이크업에 예쁘게 꾸미고 다니며 퇴근후 적어도 일주일에 3번이상은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아침 일어나는게 너무 힘들어서 잠을 10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 미팅이나 공식적인 일정이 없는 경우에는 렌즈와 풀메이크업을 포기했고, 업무 특성상 혹시 모를 야근 때문에 옷은 최대한 편한 캐주얼룩으로 입고다닌다.


예전에는 퇴근후 일정을 기다리며 퇴근만 하면 쌩쌩해 졌지만, 지금은 퇴근 후에는 바람빠진 풍선이 되어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정도로 녹초가 되어 야근없는 날에 겨우 필라테스를 갈 수 있는 정도이다.(운동이라도 안하면 체력을 유지할 수 없다.) 30대초가 되며 느낀건 20대에는 에너지를 넘치게 쓸 수 있었지만 30대에는 하루 / 일주일 / 한달 동안 쓸수있는 에너지 총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잔인한 현실을 하나씩 깨닫게 되며


회사생활을 아주 오래 한건 아니지만 꿈과 희망이 많았던 사회초년생에 비해 기대가 사라진건 사실이다. 사회초년생 때는 분명 회사가 단지 돈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며 사람에 질리고, 내가 열심히 한 결과물이 결국 구겨진 종잇조가리가 되고, 내가 가고싶은 길의 롤모델이 실망스럽고, 작고 귀여운 월급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회사를 대하는 태도가 목적에서 그저 돈벌기 위한 수단으로 변했다. 회사가 수단이 되며, 내 모든 에너지를 쓸데 없는 인간관계나 업무에 뺏기지 위해 회사에서 쓰는 에너지 총량 자체를 줄여버리게 된다.



일에 대한 완벽주의

회사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고 에너지 총량 자체가 줄지만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건 결코 아니다. 나는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그래서 내 업무고 내가 해야 맡은 일이라면 열심히만 하지 말고 완벽하게 잘 해내자는 주의라 업무에 있어서 누가봐도 빈틈없이 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내 직업 특성상 광고주에게 보여지는 업무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내 업무에서 실수가 나면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팀의 이미지 그리고 회사의 이미지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업무결과물에 있어서 실수를 하지 않고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 이렇게 업무자체에 완벽을 기하기 때문에 회사에 있는 시간동안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쓰고 온다. 걸레를 짰을 때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이보다 더 잘할수 없다고 할만큼 업무에 집중을 하고 온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너의 인생의 전부를 책임져 주지 않는 회사에 왜 모든것을 쏟냐고. 차라리 그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다른걸 하는 사람도 봤고 권하는 사람도 봤다. 회사는 내 전부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회사라는 공간에 내가 맡은 일을 허투루 할 수 없고, 회사에 대한 기대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향하고 되고싶은 커리어를 이루기 위해 업무를 잘해내고 싶기 때문에 일에대한 완벽함은 버릴수가 없다.


고민이 많아지는 나이


예전에는 고민이 많아서 잠이 안온다는 말을 이해 못했다. 내가 나이를 먹은만큼 부모님도 나이가 들면서 눈이 좋았던 엄마아빠가 돋보기 안경을 끼고, 먹는 약의 개수가 늘어나면서 엄마아빠는 걱정말라고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투자를 하면서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상황이 안좋아진 지금 투자리스크에 대한 고민도 한몫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생활에 대한 고민 육아를 하게되면 육아에 대한 고민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고민들이 추가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고민이 무엇인지가 달라지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들에 부딪히고 고민의 갯수가 늘어나며 고민과 해결방법을 생각하는데 에너지를 뺏겨 얼마 없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렇게 에너지총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많은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지만 그래도 분명히 에너지를 충전시킬 곳이 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고 긍정적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마치 근력운동을 하듯 내 에너지 총량을 조금씩 늘릴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에너지 총량을 가장 많이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지독하게 엮여도 좋을만큼의 사람을 만나 내 가족을 만드는 것 같다. 내 가족이 생기면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양질의 에너지를 얻으면서 사회생활로 줄어들었던 에너지 총량을 가장 많이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빠진 나를 다시 일으켜줄 혹은 내가 일으켜줄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빨리 가정을 꾸려야겠다.


3일 일하고 3일 연휴였던 5월초 일요일밤 다음날 지독하게 출근하기 싫은날 밤에 글을 마치며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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