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무례의 사이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수록 더욱더 또렷해지는게 있는데 그건 바로 나만의 선이다. 점점 또렷해지는 선때문인지 선을 넘는 사람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선이라 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긴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하는 나만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특별히 이 선에 대해 민감한건 알았지만 최근 주변사람들에게 나는 선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듣고나서 다시한번 나만의 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군가는 관심이라 생각하고 선을 넘지만 이 선을 넘으면 굉장히 불편하고 어쩔때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선을 철저히 지킨다면 선을 지키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선을 지키기 위한 부모님의 인내심
내가 왜 이런 확실한 선이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영향이 큰것같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모님과 나와의 사이에서도 선이 있는데, 부모님과 시간날때마다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내 사생활에 대해서는 나도 말하지 않고 먼저 물어보시지도 않는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어떤일이 있었는지 내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물어보시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성적표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도 먼저 보여달라고 하지 않고 내가 먼저 보여드리기까지 기다려주셨다. 사춘기 때도 먼저 알고계셨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먼저 고민을 털어놓기 전까지 절대 먼저 꺼내는 법이 없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딸이 어떤 진로를 꿈꾸는지 궁금할법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지 물어보시지 않았고, 남자친구나 연애사가 궁금해서 꼬치꼬치 캐물을법함에도 불구하고 절대 먼저 말을 꺼내시지 않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감사하게도 나의 선을 지켜주신것 같다. 이러한 선을 지켜준건 딸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것 같다. 자기 자식이기 때문에 궁금한게 많았을텐데 먼저 말할때까지 기다려주신 부모님 덕분에 나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며 살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먼저 말하기 전까지 나도 남에게 먼저 개인적인 무언가를 물어보지 않게되었다.
친구와 연인사이의 선
친구와 연인이 가족다음으로 가까운 관계일것 같다. 이러한 가까운 친구와 연인사이에도 선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20대까지는 친구에게 고민상담을 많이 했던거 같은데 그저 친구라는 핑계로 그 친구의 현재 상황을 무시한채 어줍잖은 충고를 하게 된다.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에 내가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개인적인 가족사, 연애사, 진로 등에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사실 친구라도 너무 개인적인것까지 아는건 피곤한일이다. 그 친구의 개인적인 일까지 말하는거야 상관 없지만 우리 가족, 내 연애, 진로등 개인적인 일에대해 세세하게 물어보며 함부로 충고를 했는데 결국 멀어졌다. 선을 넘으면 멀어질수 밖에 없다.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선을 잘 지켜주는 친구들만 남아있는것 같아 다행인것 같다.
연인이 아마 선의 경계가 가장 흐릿한 관계가 아닐까 싶다. 선의 경계가 흐릿하더라도 넘는 순간 관계가 위태롭게 된다. 연애에 있어서 사람마다 이 선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내가 존중해주는 만큼 상대가 나를 존중해주지 않거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강요할 때 선을 넘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연애 방식에 있어서 먼저 상대에게 잘해주려고 했던 편이었다. 사귀는 사이인데 이것저것 따질꺼면 사귈필요도 없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바라고 잘해준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잘해주는걸 당연하게 여기고 내가 존중해주는 만큼 상대가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 관계가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단지 사귀는 사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자신에게 맞추려고 할 때 선을 넘는 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를 본인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려고 한다는건 나를 그 자체로 인정해 주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이다.
공과 사는 더욱더 철저하게
회사에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가끔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공과 사가 철저한 편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말이 많으면 그 말들이 여러사람의 입을 거쳐 와전되어 결국 나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말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부는 개인적인것도 공유해야 회사에서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공적인 회사에서 먼저 말하지 않는 개인적인 일들을 먼저 물어보는게 맞는가 싶다.
개인적인일 외에도 회사에서 다수의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내는 것도 선을 넘는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팀원을 다른 팀사람들에게까지 들리도록 혼내는 사람이 꽤 있다.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 팀사람을 다른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건데 다른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내는건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따로 불러서 호되게 혼내는게 맞고, 잘못한점을 짚어주며 다시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를 주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기분이 태도가 되어 다수의 앞에서 화풀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관심이라는 핑계로 타인의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 대 사람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회사사람이든 존중해 주는게 맞지 않을까? 선이 분명한 사람이라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례한 사람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선이 분명하다고 해서 내 개인적인 것들을 숨겨두는것만이 아니라 선을 지켜주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 먼저 무장해제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을 지킬수록 오히려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관심이라는 핑계로 타인의 선을 함부로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