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30대의 성적표

내마음대로 될듯 되지 않는

by 이녹

얼마전 20살때부터 10년 넘게 다닌 미용실 원장님과 머리를 하는동안 여느 때와 같이 수다를 떨었다. 원장님이 직접 가게를 차리기 전에 내가 살던 동네에서 직원으로 있을 때 부터 알던사이라 편한 언니같은 사이이기도 하다. 정확히 어떤 주제로 얘기하다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원장님이 앞자리가 인생의 구간마다 성적표가 있는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내 인생을 돌아보게 했다. 나보다 딱 10살 많은 원장님은 이제 40대 초인데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지만 자신의 성적표는 좋지 못한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봤을 땐 미용실도 사업이니 어엿한 사업장의 사장님이고, 단골고객도 끊임없이 있고, 결혼도하고 이쁜 딸도 있어서 성공한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

10대의 성적표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모두들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한다. 국,영,수등 각 과목이 몇 등급인지에 따라 1~99%사이의 내 수준을 알 수 있는 정확한 성적이 매겨진 성적표를 받는다. 명확한 기준이 있기에 조금만 노력하면 그래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요즘은 대학의 의미가 그래도 조금 희석된것 같지만 아직도 20대는 과거 10대에 얼만큼 공부를 잘했느냐에 따라 들어간 대학으로 평가받는다. 10대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면 명문대나,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갔을테니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다니고 있는 회사나 직업으로 평가받는다. 직접적으로 성적을 매기진 않지만 대기업, 중견기업, 강소기업, 전문직 등 기업이나 직업별로 암묵적인 등급을 매기게 된다. 20대에는 그래도 재수, 편입 등으로 대학이나 회사를 내 성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보통의 30대초 여자인 현재 나의 성적표


30대 초인 나는 누구나 그렇듯 10대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했고, 20대에는 빨리 대학교를 졸업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나 아니면 전문직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좋은 성적표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도 중요했지만 운이 필요했다.


학업에 있어서는 평소보다 수능을 잘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중상위권 대학의 높은 과에 입학해서 졸업을 했다. 여기까진 적어도 노력하면 결과를 낼 수 있어서 그래도 쉬웠다.

직업에 있어서는 전문직이 되고 싶어 몇년 동안 공부했지만 잘 되지 못했고, 누구나 아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수백개의 이력서를 쓰고 수십번의 면접을 봤지만 내가 원하던 기업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도 현실과 타협해서 내가 관심있었던 직종에 있고 그 사이 이직을해서 그전 보다 조금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비슷한 나이대에 대기업을 다니고 연봉을 많이 받는 주변사람들을 살펴보면 왜 나는 내가 노력한것에 대비해서 여기까지 밖에 안되는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연애에 있어서는 많이 해본건 아니지만 연애도 내가 노력한 것 대비 그 노력을 알아주는 진실된 사람을 만나진 못했던것 같다. 연애의 결실은 결혼인데 아직 결혼 결심을 할 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것 같다.


수치로만 판단되는 잔인한 성적표

성적표는 잔인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노력의 정도는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다. 내가 다른사람보다 10배 노력했는데 지금 내 상태는 아무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그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나이를 조금씩 먹을수록 성적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경제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꿈은 내가 꾸린 가족과 함께 멋있게 늙어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풍요로운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람 마음이 여유로워 지는 것도 있고, 멋있게 늙어가려면 가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이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성적표에 나타나지 않는 항목들도 물론 중요하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낭만을 좇던 20대와 달리 30대가 되니 이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그래도 어느정도의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이든다. 성적표를 통해 누가 나에 대해 알아주는것도 좋지만, 내가 목표하는 꿈을 이루고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는 것 보단 현재인 지금 30대 초인 성적보다 40대 초에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커리어, 연봉, 재테크, 연애, 결혼, 가족 등 다양항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지며 노력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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