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퇴근해도 될까요?

새내기 인턴의 남모를 고충

by 이녹

2016년 9월 드디어 TV에서만 보던 회사생활을 인턴생활 하면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딸이 걱정되는 부모님의 마중에도 불구하고 첫 출근때 얼마나 신났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라 마냥 신났던 것 같다. 아마 다시는 이때만큼 출근할 때 신나는 날이 없을것이다.

회사 도착 후 첫날 서먹서먹한 인턴 동기들끼리 교육받고, 밥먹고, 내가 배정된 부서의 팀원분들께 인사를 했다. 다행히 부서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하지만 회사를 몇일 다니다 보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아침

리서치 회사인 만큼 야근이 잦았기 때문에 팀원분들의 출근시간은 다들 달랐다. 물론 나는 인턴이라 야근을 안했기 때문에 항상 출근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프린터에 용지를 채워넣었다. 같은팀 A대리님, 5분후 B대리님, 10분후 같은부서 연구원님, 20분후 부장님이 각각 출근하실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밝게 인사했지만 내 자리는 부서에 자리가 없어 팀원분들과 분리되어 있어서 그때그때 인사하려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아침에 인사하는게 부담이 되었다. 인사성이 밝은 나였지만 아침에 인사하는게 일이 되다보니 힘들어졌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인사하기가 싫어 회사가기가 너무 싫었다. 아침에 인사 안해도 되는 회사는 없을까...?


점심

인턴 초반에는 팀원분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어느 순간 인턴들끼리 밥을 먹는 분위기로 바뀌고, 부장님도 허락해 주셔서 팀회식 빼고는 자연스레 인턴들과 밥을 먹게 되었다. 회사에서 정해진 점심시간은 12-1시. 하지만 팀원분들은 일이 바쁘면 늦게 나가시곤 했고 그런 날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당히 "점심먹고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될껄 그땐 다들 일하고 계시는데 말꺼내기가 너무 죄송스러웠다. 가끔 너무 바쁘셔서 내가 말을 하고 있는줄도 모르시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에서 가장 행복한 점심시간이 이렇게 부담스러운 시간이 될줄이야.


퇴근시간

기다기고 기다리던 퇴근시간! 퇴근 1시간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30분 전부터 몰래몰래 짐을 싸서 정시에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팀분들은 퇴근시간 무렵에도 다들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오늘도 야근을 하시는구나...! 조용한 사물실에 타닥타닥 타자소리만 들리고, 마음은 벌써 집에 가있는데 퇴근하겠다고 말하는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한분한분 인사를 드려야 돼서 퇴근하는 것도 일이 되어버렸다. 그냥 당당히 쿨하게 인사드리면 됐을 것을 왜 이렇게 신경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다들 일하는데 퇴근하겠다고 말하고 인사드리고 퇴근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그때 그런생각을 정말 많이했다. 내 할일만 끝내면 그냥 쿨하게 퇴근할 수 있는 회사는 없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인사이기때문에 인턴에게는 인사하는게 정말 신경쓰였다. 또한 나도 인사를 잘 하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기 때문에 그만큼 인사를 잘 해서 잘보이고 싶었다. 그래도 쿨하게 퇴근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 눈치보며 "퇴근해도 될까요?"라는 말을 안해도 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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