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님, 일 좀 주세요.

일이 많아도 걱정 없으니 이것도 걱정

by 이녹

인턴 생활을 한지 한달 쯤 지났을 때 회사 분위기에 적응이 되니 조금 여유로워졌다.

인턴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서 내에서 중요한 일은 할 수 없었고, 조사 결과 데이터가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는 업무를 하거나 국문 제안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열정 넘치는 인턴 초반


인턴 초반에는 회사의 일이 신기하기도 하고 회사가 돌아가는 과정을 알아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정말 열정 넘치게 일을 했다. 간단한 보고서도 질릴 때까지 확인하며 틀린 데이터가 없는지 확인했다. 내 직속 상사분이였던 부서 대리님이 조사 결과 보고서를 완성하시면, 적게는 수십장 많게는 수백장의 보고서 데이터가 맞는지 확인했다. 이후에 데이터 검증이 끝나고 번역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국문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했다.


초반에는 일이 너무 재밌었다. 초반에는... 하지만 반복되는 단순 업무이기도 하고, 인턴기간 동안 1000장이 넘는 보고서를 보다 보니 인턴이 끝날 무렵 즈음에는 피피티를 보기 싫을 정도였다.


시간이 이렇게도 느리게 갔던가


내 일은 같은 부서 대리님이 보고서를 다 썼을 경우에 생겼다. 그러다 보니 대리님이 보고서를 쓰시는 텀에 나는 일이 없었다. 그 사이에 가끔 간단한 데이터를 체크하는 일이 생겼지만 그 일 말고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일을 천천히 했다. 일을 이렇게 천천히 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일을 천천히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정말 천천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느리게 해봤자 1시간이었다.


오전에 일을 다 마치면 점심시간까지 1시간 정도가 비었다. 그 땐 정말 애타게 점심시간만을 기다렸다. 오후에 일을 마치는 경우 2~3시쯤 이라면 정말 미칠것 같았다. 점심 직후이니 졸음이 쏟아졌다. 졸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졸때 만큼은 고개가 중력 가속도가 붙어 미친듯이 아래로 떨어졌다. 졸다가 혼자 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경우 일하다 그런척 부시럭 거렸다. 티를 안내려고 애썼지만 아마 같은 팀원들이 내가 조는 모습을 한번쯤은 보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일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인턴 초반에는 대리님에게 내가 더 할 일이 있는지 여쭤봤지만, 그 때마다 "지금은 없어요. 생기면 요청드릴게요."라고 하셨기 때문에 없을 때마다 물어보기도 머쓱했다. 회사에 있는 동안 일이 대부분 없다보니 정말 너무 지루하고 다른 의미로 고문받는 기분이었다. 일이 많아도 걱정 너무 없어도 걱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역시 회사 일은 적당이 있어야 좋은 것 같다.



지금 일을 내리는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니, 대리님도 나에게 뭘 줘야 할지 몰라서 일을 못줬던것 같다. 게다가 나는 몇개월만 일하는 인턴이이었는데 업무다운 업무를 주개도 애매했을 것이다. 지금 나도 내 부사수가 나에게 도와드릴거 없냐고 물어보면 소름돋게도이전에 대리님이 나에게 했던 말인 "지금은 없어요 생기면 요청드릴게요"라고 똑같이 답하고 있다. 예전 인턴 생활을 들어보니 도와줄 일이 없는지 매일 물어봐주는 부사수가 고맙다.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를 해내기도 벅차기 때문에 부사수에게 어떤 일을 줘야할지 생각할 틈이 없다. 예전 인턴시절을 돌아보며 나도 내 부사수에게 어떤 업무를 줘야할지 고민하고 부사수가 업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일을 가르쳐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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