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너 정말 중요하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돈은 별로 안중요해
20대 초중반의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당연히 연봉은 3,0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이 3,000정도 라는 기사와 뉴스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연봉은 못받아도 그 중간인 앞자리 3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균 3,000만원 이라는 점이 그 밑의 연봉과 많이 받는 대기업 연봉의 중간이라는 점을 간과했던 것 같다. 평균 3,000이라는 의미는 그 밑의 숫자도 굉장이 많이 분포하며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 시절에 내가 일에 대해 생각했던 가장 순진한 생각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면 돈은 적게벌든 많이 벌든 어떤 고용형태로 일을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 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잡아서 해볼 수 있는 그 자체가 가장 중요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돈을 적게 벌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상쇄시켜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다는게 더 중요했기 때문에 연봉은 나에게 중요한 점이 아니라 계약서에 아무런 고민 없이 사인을 했다. 그래도 연봉이 작은 건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는지 부모님이 연봉을 물어봤을 때도 대충 3,000만원이라고 둘러댔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크나큰 착각을 했음을 월급을 3번정도 받아 본 뒤 깨달을 수 있었다.
연봉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와 관심사
학생때 친구들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주제는 진로, 연애, 쇼핑과 관련된 일상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 만나서 하는 얘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각자의 연봉에 따라 소비 패턴이 달라지면서 관심사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어도 각자 연봉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근의 관심사와 소비패턴을 보며 연봉을 짐작할 순 있었다.
A(대기업 연구직): 나는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어디에 재테크를 해야 돈을 불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
B(중견기업 사원): 일이 힘드니까 회사 끝나고헬스장 피티랑 피부관리 받으러 가는게 요즘 내 최대의 힐링이야
C(교사): 이번에 모은 돈으로 차 한대 뽑으려고 하는 데 어떤 걸 사야될지 모르겠다.
주변 지인들의 얘기는 내 월급으론 꿈 꿀 수 없는 일이었고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들이 월급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아껴가며 얼마나 부지런히 모았을지 안다. 하지만 내 받는 월급으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친한 언니가 하는 말을 듣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 었다.
D(외국계 기업 사원): 나는 엄마한테 생활비 30만원씩 드리고 있는데 너무 적은 것 같아서 더 드릴려구. 너희는 엄마한테 생활비 얼마씩 드리고 있어?
이거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던 걸까.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어렸을 때 부모님은 나를 남들과 뒤지지 않게 하려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말만 하면 다 해주셨다. 그 돈이 부모님이 사고 싶은거 안사고 열심히 아낀 돈이라는 건 나중에 성인이 되어 철이 조금 들고나서 알게됐다. 나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내가 원하는 게 있을 때마다 항상 들어주셨는데 그런 부모님을 간과하고 있었던 나를 보며 얼마나 한심했는지 모른다.
직장인이 되고 나름 월급을 받으면서 엄마한테 생활비를 드린 다는 점은 정말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실이었다. 평균도 안되는 연봉이 내가 둘러댄 말에 그래도 3,000만원은 되는 줄 아셨던 부모님은 어차피 빨리 부지런히 돈을 모으라고 하셨고 생활비를 얼마 달라는 말은 전혀 하시지 않았다. 첫 월급을 받아서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렸고 그 이후 월급을 2번 더 받는 동안 부모님이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사드렸다.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3개월 후 친한 언니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거하게 한대 맞은 나는 그제서야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에 "엄마 내가 앞으로 다달이 생활비 줄까?"라고 물어 봤지만, 엄마는 "됐어. 나한테 줄생각 말고 너한테나 써. 적금은 꼭 들고."라고 하셨던 말이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다행히 지금은 초년생 시절 이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연봉을 단기간에 올려 조금이라도 부모님께 드릴 수 있어 마음의 짐을 덜었다.
1년간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월급을 받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돈, 특히 월급의 액수는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다. 정말 많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사회초년생 시절에 비해 단기간 대비 많은 연봉을 올렸지만, 앞으로 연봉협상 또는 능력을 키워 다른회사의 이직을 통해 더 올리고 싶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작은 돈이 절대 부족한 부분을 상쇄시켜 줄 수 없다. 나 스스로 부족한건 상관 없지만 이 적은 돈이 내 주변에 있는 가족에게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해줄 수 없을 때 미안함을 넘어선 죄책감을 가지게 한다.
앞으로 나 보단 소중한 사람들을 못챙겨서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