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회사에 팬클럽이 있다고?

좋은 상사에게는 비공식 팬클럽이있다.

by 이녹

회사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절대로 업무적으로도 상종하고 싶지 않은사람, 인격적 업무적으로도 훌륭해서 닮고 싶은사람, 업무적으로만 대하고 싶은사람. 사회초년생 때 어떤 사람을 만나서 함께 일하느냐에 따라 내 커리어의 방향성이나 회사생활을 하면서 닮고 싶은 롤모델이 된다. 최근에 내가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사회초년생 때 만났던 매니저님을 떠올리곤 한다.


인턴을 마친후 졸업을 앞두고 누구나 알만한 외국계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외국계라서 그런지 굉장히 개인적인 문화가 있어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인 내가 알아서 해야하는 일이 많았기에 처음에 이게 맞나 싶을정도로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내 직속 라인매니저는 A 한분 이었지만, 같이 긴밀하게 일하던 다른 팀 매니저 B 한분 더 있었다. 직속 라인매니저는 꽤 높은 위치에 있어 항상 미팅이 잡혀있어 바빴기에 만나기가 어려웠다. B 매니저는 직급은 A보다 낮지만 그래도 직급이 있어 항상 바빴다. 회사에 입사한 후 나에 대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내가 본인의 라인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팀원이라는 이유로 이주에 한번 1:1 미팅을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싶은지 물어보면서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지원해 주겠다며 매니저B기 항상 챙겨주었다.


회사에 존재하는 비공식 팬클럽


회사를 다닌지 얼마 뒤 입사시기가 비슷하거나 같은 년차 분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각각 일하는 매니저가 달랐는데 다른분들이 매니저 B와 같이 일하는 나를 부러워했다. 자신들이 같이 일하는 매니저들은 본인들에 대해 출근을 안해도 될 정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운좋게 매니저 B와 함께 일했던 나는 그런 매니저를 상사로 둔게 얼마나 좋은지 몰랐었다. 어느날 나보다 그래도 회사를 더 일찍 다녔던 분과 점심을 먹었는데 그분한테서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신입들 사이에 매니저 B의 팬클럽이 있다고 말이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비공식 팬클럽이 존재하는게 사실이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나한테도 이 팬클럽에 들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나도 당장 그 팬클럽의 회원이 되겠다고 했다.


책임은 내가 다 지겠다던 상사의 말


회사에 적응해서 일하던 중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었기 때문에 일을 할 때 내가 하는 일의 방향성이 맞나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줄 몰랐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해야하는게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그러던 중 매니저 B가 나에게 새로운 업무를 주었고 나는 업무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그 때 그는 지금도 잊지못할, 앞으로 나에게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말을 했다. "제가 업무에 대한 책임은 다 질테니까 00님은 걱정하지 말고 본인이 맞다고 생각되면 그냥 업무 진행시켜주세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일을 잘 모르더라도 오히려 더 일을 더 열심히하게 됐다. 매니저 B가 업무 책임을 다 진다는데 내가 혹여 큰 실수라도 하면 매니저B에 흠을 내는게 되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매니저 B는 나에게 철저하게 권한 위임을 했고 믿고 업무를 맡겨주었다.


헌신적인 리더십


매니저 B는 업무 능력도 뛰어났지만 본인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잘 챙겼다. 미팅을 할 때 노트북을 보면 거의 1분의 한번씩 메일이 왔고, 휴가를 잘 쓰지 못할정도로 일이 매우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짜증을 낸적이 없었다. 또한 본인과 일하는 사람들을 잘 챙겼으며 본인이 앞서서 희생하며 일을 솔선수범 하였기에 같이 일하는 저연차급에서 비공식 팬클럽이 생겼을정도이니 말이다. 어느정도 회사생활을 몇년 해보다보니 내 일이 바빠 죽겠는데 본인 주변사람들을 챙기는게 정말 쉽지 않음을 깨닫고 매니저 B가 그 바쁜와중에 나를 챙겨주었던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도 체감하고 있다. 매니저B와 같이 헌신적인 상사가 있는경우 주변사람들 또한 그를 위해 잘해주기 마련이다. 그분의 비공식 팬클럽이었던 다른 분들은 그분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그 어떤일보다 먼저 챙겨주거나 더 꼼꼼하게 하려고 했다. 조직에서 이러한 헌신적인 리더십은 주변사람들 또한 잘 따르고 헌신하게 만든다. 나중에 퇴사할 무렵즘에 매니저B한테 듣게된건데 B도 그 팬클럽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나도 그 팬클럽중의 회원이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했다.



퇴사 후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을 통해 매니저 B가 승진해서 외국에 발령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놀랍게도 얼마전 전회사분의 결혼식에 외국에서 일하던 매니저 B가 결혼식에 왔다. 매니저 B가 늦게 도착해서 결혼식장에 들어오는걸 봤지만 인사를 할수가 없었다. 나중에 식이 마무리되면 인사를 하려고 했다. 아니다 다를가 내가 뒷쪽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했을텐데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몇년만에 보는 나에게 먼저 아는척을 해주었다. 식사 후 먼저 가는 그가 나에게 안부를 물으며 다시 좋은기회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며 떠났다.


이러한 매니저 B는 회사생활에 있어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맨 처음 나에게도 부사수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럴때면 B를 생각하곤 했다. 내가 부사수가 힘들어하는 업무 효율을 높여주고, 업무적으로 먼저 챙겨주자 신뢰가 쌓여 부사수는 나를 잘 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헌신적 리더십을 역으로 이용하려는 영악한 사람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리더십의 효과의 선순환을 봤기에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있어 매니저 B가 그랬듯 이러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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