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부사수

금쪽이가 될까 아니면 끔찍함이 될까

by 이녹

회사에서 사람을 잘 만나는것 만큼 큰 복이 있을까? 일도 힘든데 사람까지 지치게 한다면 회사에 가는건 지옥과 다름이 없다. 윗사람인 사수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뒷받쳐 줄수 있는 부사수를 잘 만나는것도 중요하다. 부사수가 말그대로 금쪽, 즉 아주 귀한 사람이 되든지 아니면 요즘 말하는 말안듣는 사람을 의미하는 정반대의 의미의 금쪽이가 되는 것은 부사수를 가르치는 사수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동등한 관계이자 거울


사수-부사수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보면 서열이 있어보인다. 사수가 부사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대부분 사수가 부사수보다 연차 또는 나이가 몇년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아주 소수의 사수들 중에는 부사수가 실수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호되게 혼내는 경우가 있고, 공과 사를 구분못하고 본인의 감정에 따라 부사수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사수는 사수의 일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업무에 있어서 갑을관계라기 보다는 협력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가끔 부사수가 사수보다 다른 관점으로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분명 많다. 내가 부사수가 일을 잘 할수 있게 만들어야 나도 편하고, 잘 알려줘야 부사수도 업무를 잘해낼수 있다.


또한 어렸을 때 부모님이 전부이듯 회사에서는 사수가 전부인 부사수에게는 사수가 하는 행동 하나하에 집중을 한다. 메일쓰는법, 내가 내 사수 또는 윗사람, 그리고 협력사를 대하는 법등 내 부사수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보면서 메일쓸때 글자 하나하나 또는 회사에서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게 된다.


도와드릴일 있을까요?


점심시간 먹고난뒤 오후 1시쯤 되면 마치 자동 메시지를 보낸것 처럼 부사수에게서 메신저가 온다. "도와 드릴일 있을까요?" 내 부사수는 오전에 팀업무중 맡은 큰 업무가 있어서 오전에 나를 도와주지 못하지만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는지 오전 업무를 다 끝내놓으면 조금 쉬고 싶을 법도 한데 항상 점심시간이 끝나고 1시쯤 도와드릴일이 없는지 메신저로 내게 묻곤 한다.


내가 지금 나의 부사수 나이일때를 생각해보면 사수나 윗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어리기도 했지만 사수가 항상 바빠보이고 어려워서 먼저 도와드릴일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윗사람이 도와줄 일이 있으면 먼저 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사수의 입장이 되어보니 일을 받는것 보다 일을 제대로 주는것도 만만치 않은 일임을 깨닫고 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내 이전 사수들인 나를 어려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를 달라고 하는것 보다 어떤일을 줘야할지가 더 고민되기 때문이다.


저를 좀 괴롭혀주세요


내 이전 사수들은 나에게 일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 보다 본인들이 다 알아서 했다. 그리고 내 이전 사수들은 말을 걸기 어려운 예민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어떤 업무를 줘도 궁금한점이 많지만 궁금한점을 쉽게 물어볼 수 없었다. 이러한 고충을 알기에 지금의 부사수가 내 첫 부사수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말이 질문하는걸 어려워하지말고 사소한 질문도 괜찮으니 다 물어보라며 나를 많이 괴롭히라고 했다. 업무를 어느정도 아는 입장에서는 부사수가 어느 포인트에서 궁금한점을 알기는 하지만 미처 모르고 지나갈때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사수는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도 하지만 나를 괴롭혀 달라는 말 덕분인지 궁금한점이 있으면 항상 나에게 물어 보곤 한다. 궁금한걸 다 물어보는게 아니라 충분히 고민하고 물어본 질문이고, 한번 알려주면 기특하게도 다른 일에 적용하기 때문에 답을 해주는 재미가 있다.


제발 퇴근하세요!!


우리 팀에는 내 사수 그리고 나와 내 부사수끼리 서로의 퇴근시간을 챙겨주는 문화?가 있다. 아무래도 일도 많고 야근도 많은 업무이다 보니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특히, 모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 내일 해도 되는데 혹시 실수가 있을까봐 야근까지 하며 꼼꼼히 보는 편이다. 특히 부사수가 괜히 눈치보느라 퇴근을 못할까봐 부사수가 안가면 나도 퇴근을 안하겠다고 하며 억지로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 내 사수가 휴가를 갔을 때 하필 그날 일이 많이 몰렸던 적이 있다. 특히, 퇴근 시간 전에 업무 폭탄이 생겨 부사수를 보내고 혼자 처리하려고 했다. 혼자 야근하면서 충분히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부사수는 갈수 없다고 하며 업무 폭탄 중에서 용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뽑아서 자기도 남아서 같이 한다고 했다. 너무 완강했기 때문에 그 업무만 도와주고 먼저 퇴근하라고 했다. 덕분에 야근시간을 줄여 퇴근을 빨리 했다. 이 때 부사수를 보며 감동을 많이 받았다. 단지 같이 야근을 해서가 아니라 나라면 가라그래서 갔을 것 같은데 끝까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도와주려고 하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으면서도 나라면 과연 이렇게 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돌아보기도 했다.




사수가 까다로운 경우 부사수가 자주 바뀐다. 팀이동을 신청하거나 못버티고 퇴사를 하기 때문이다. 나도 과거에 나를 키워준다기 보다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사수를 만나 힘들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너무 좋은 부사수를 만났지만, 지금처럼 좋은 부사수만 만날수 없는것을 알기에 어떤 부사수를 만나도 다른팀, 부서, 회사를 가던 일 잘배웠다는 말을 듣게 해주고 싶다. 내 부사수를 금쪽이를 만들지 아니면 끔찍하게 만들지는 오로지 내 역량에 달린 것 같아 나 또한 좋은 사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며 회사생활을 할때 경각심을 들게한다.

keyword
이전 05화뭐 회사에 팬클럽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