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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Sep 22. 2023

가끔은 느리고 촌스럽게

바흐 파르티타

퇴근하고 주말과 다음주 연휴에 읽을 책을 사러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 사람이 많은 시간에 서점에 가면 책을 고르고 읽기에 불편하기 때문에 보통은 주말 아침에 가는 편이지만 읽을 책이 없어 책을 쟁여 놓으러 갔다. 금요일인데 퇴근 후 어디가냐나는 동료의 질문에 책사러 강남 교보문고에 간다고 했더니 이북이 있는데 뭐하러 귀찮게 서점에 가냐고 했다. 이북도 구독해서 읽어봤지만 읽으면 남는게 없이 바로 휘발되는 느낌이었다. 원하는 페이지를 왔다갔다하기 오히려 불편하고 무엇보다 책장 넘기는 맛이 없어 책읽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한달에 한번 교보문고 가서 양손 가득 책을 사들고 오는 나를 보고 동생도 이북 놔두고 뭐하러 책을 그렇게 사냐고 잔소리를 하며 나를 나이든 사람 취급한다. 책을 사서 읽는것 보다 이북을 보는게 당연시 되어져서 일까 가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반갑다.


책보다 이북이 당연시 되는 지금, 시계 또한 비슷한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목에는 손목 시계보다 워치를 차고 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심지어 부모님도 워치를 차고 다니신다. 시계를 차고 다니는게 습관이 되서 손목시계를 항상 차고 다니는데 손목에 기계를 얹고 다니는게 싫어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다닌다. 언제부터인가 내 손목에 시계를 보고 워치 찰 생각이 없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내가 들고다니는 전자기계는 핸드폰 하나면 족하다고 말하곤 한다. 운동하러 가도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사람이 운동할때 기록되어 그런지 워치를 안찬 사람이 없다. 워치는 똑똑할지 몰라도 아날로그 시계는 워치는 흉내낼 수 없는 시계 고유의 클래식함이 있다.


30년된 오래된 펜탁스 필름 카메라로 필름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봐서 필름 카메라를 찍는다고 하면 핸드폰을 놔두고 왜 무거운 오래된 카메라를 찍냐고 한다. 누군가는 왜이렇게 올드한 취미를 가지고 있냐고 하기도 한다. 핸드폰 카메라는 결과가 바로 나온다. 찍고 싶은게 있으면 무엇이든 고민없이 즉각적으로 찍을수 있다. 하지만 필름카메라는 제한된 필름의 수만큼 찍고 싶은 대상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셔터를 눌러야한다. 결과 또한 필름 하나를 다 쓰고 필름 현상소에 맡겨야 나올 수 있다. 느리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10년주기로 세상이 바뀌것 같았다면 요즘은 매년 세상에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는게 체감이 된다. 나 또한 예전에는 최신 트렌드를 모르는 어른들이 이해 되지 않았지만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며 옛날 어른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각자 자신만의 시간 흐름이 있다. 주변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나 또한 그 템포에 맞춰 허겁지겁 흘러갸아 하는 법은 없다. 나만의 시간에 온전히 젖어들고 싶을 땐 바흐의 파르티타를 듣는다. 클래식, 그중 바로크시대에 속하는 바흐를 듣는다고 누군가는 촌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촌스럽더라도 교보문고에 가서 종이책을 사고 손목시계를 차며 가끔 필름카메라를 찍고  바흐 음악을 듣는 조금은 느린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51dXnVmnr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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