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부블레 "HOME"
기나긴 추석 연휴를 얼마 얼마 앞둔 날 회사에서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웬만한 일은 툴툴 털어버리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그 일이 생각나면서 억울하고 언짢아서 업무에 집중이 안됐다. 그날 오후에 가족 단톡방에서 엄마가 "딸 곧 연휸데 이번주는 칼퇴 가능~?"라고 카톡을 보냈다. 가족 카톡방에서 말이 가장 많은 나이지만 엄마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사춘기 학생 마냥 "몰라 짜증나"라고 보냈다.
그날 집에가서 저녁을 먹는데 가족들이 뭔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아빠가 "뭐야 별거 아니네 사회 생활이 다 그렇지."라며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고 그냥 넘기라고 했다. 엄마도 하나하나 신경쓰면 나만 스트레스 받는다고 그냥 흘려 버리라고 했다. 남동생도 기분은 나쁠 수 있지만 그냥 넘기라고 했다. 가족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고 하니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였냐?라는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족들한테 말하고 나니 혼자서 싸매고 있던 것 보다는 기분이 나아졌다.
주변에 독립해서 사는 사람이 많다. 서울이 고향인 나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도 서울이었기 때문에 독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학교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다니거나 직장이 너무 멀다면 독립해볼 생각을 했을 수도 있는데 물리적으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회사에서 자취하는 사람들이 많아 가족들과 함께 사는 나에게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내 방에 들어가면 혼자가 되는데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냐고 되물었더니 모두들 신기해했다. 오히려 가족들이 있는 집을 불편해하는 동료들이 신기했다.
아주 가끔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살고 싶다. 독립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인테리어도 생각해 놨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일단 독립하면 모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적막한 집에 혼자 들어가기 싫다. 누군가 하루동안 있었던 얘기를 나누거나 온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차가운 집에 혼자 들어갈 자신이 없다. 자취하는 사람 중에서 불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기 싫어 불을 키고 나온다는 사람도 봤는데 어떤 심정인지 이해가 간다. 혼자만 있는 집은 싫기에 아직 독립하고 싶지 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lbSOLBMU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