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여행
국내 여행은 가족들과 안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고 나와 동생 그리고 엄마는 가끔 해외 여행을 각자 따로 갔지만 나와 동생을 키우고 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아빠는 쉰이 넘어서야 해외여행을 갔다. 그것도 나와 동생의 성화에 못이겨 겨우 아빠를 데리고 해외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아빠의 첫 해외여행이자 우리 가족 모두의 첫 해외여행은 상해였다. 처음 국제선을 타고 상해에서 즐거웠던 아빠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해외여행의 맛에 들린 아빠는 매년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고, 다음해는 대만을 갔고 그 다음해에는 베트남을 가자고 했지만 코로나가 터져서 한동안 해외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4년만에 코로나가 잠잠해진 무렵 가족들과 일본 오사카로 다시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아이가 되는 부모님
어렸을 때 지하철에서 한눈팔고 다니다가 잠시 가족들과 떨어졌을 때 꼭 붙어다니라고 엄마한테 엄청 혼났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가면 항상 부모님이 앞장서서 데리고 가곤 했다. 나와 동생은 부모님을 따라다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해외 여행에서는 반대로 부모님이 우리에게 온전히 의지한채 어렸을 때 나와 동생이 그랬듯이 아이가 된다. 모르는 곳에 여행가면 여기가 어디냐고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면 부모님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곤 했다. 해외 여행을 갔을 때 모든이 생소한것 투성이기에 부모님의 질문이 많아진다. 나와 동생은 미리 알아보고 왔기 때문에 한번 온적이 있는 것 처럼 익숙하지만 나에게도 낯선 곳이기에 구글 맵을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부모님의 질문에 친절하게 설명 주지 못할때가 많다. 이게 부모와 자식의 차이인것같다.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해외여행을 다녀온 아빠에게 여행 철학이 생겼다. 바로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여행 다녀야 한다."이다. 처음 아빠의 이말을 듣고 무슨 말이냐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아빠의 여행철학이 가슴 깊이 들어온다. 아빠의 이러한 여행 철학이 생긴건 아빠 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지인이 가족들과 유럽으로 여행을 갔는데 너무 많이 돌아다녔더니 다리가 후들 거리고 이제 이 건물이 그 건물 같아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말을 듣고 아빠가 위기감이 느껴졌다며 본인도 여행다닐 때 그런기분이 들까봐 조금이라도 젊을 때 많이 다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로 여행을 갈 때마다 엄마아빠가 들고가는 약의 갯수가 늘어난다. 분명 몇년 전까지만 해도 캐리어에 담기는 약이 없었는데 캐리어에는 각자의 약과 돋보기 안경이 필수가 되었다. 해외에서 찍은 4~5년전 사진을 비교해봐도 엄마아빠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겨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너희는 많이 데리고 다녀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면 일정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맥주와 과자를 사들고 호텔로 온다. 호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여행에 대한 얘기 옛날 얘기 등 평소에는 잘 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하게 된다. 아빠가 여행오면 항상 하는 말이 "쟤네 결혼하면 자기네 가족끼리 다니지 우리 안데리고 다녀. 같이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다니자."이다. 그럴 때마나다 "같이 다니면 되지. 사람 많아지면 더 재밌겠네." 라고 말하지만 "각자 가족 생기면 너네 가족끼리 다녀야지 엄마랑 내가 왜 끼냐."라고 한다. 그러면서 "얘네 어렸을 때 우리가 왜 해외로 여행올 생각을 못했을까. 더 빨리 해외 여행 다녔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나와 동생을 어렸을 때 해외로 데리고 다지니 못한것을 미안해 하신다. "너희는 꼭 애들 어렸을 때 해외로 많이 데리고 다녀라."
여행 다닐 때 가장 꿀 같았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뒷자석에서 동생과 내가 졸고있을 때 아빠가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며 조수석에 앉은 엄마가 얘기하는 소리를 듣는 거였다. 잠결에 들어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얘기의 주제는 항상 우리였던 것 같다. "입벌리고 자는 것봐. 저렇게 목꺾고 자다가 목아프겠다" 등 내가 자는 줄 알았겠지만 조는척 하면서 차안에서 부모님의 얘기를 엿듣곤 했다. 이제 내가 부모님을 이끌고 여행을 갈 나이가 됐지만 아직 어렸을 때 여행가던 차안에서 아직 잠을 깨기 싫다.
https://www.youtube.com/watch?v=wU9DjNE80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