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사랑의 꿈
올 봄 이후로 오랜만에 소개팅을 했다. 의도치 않게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누구를 만날 생각도 겨를도 없었다. 친한 지인이 예전부터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사람이었지만 친한 지인의 최측근이라 부담스러웠다. 부담 갖지 말고 한번만 만나보라 그래서 카톡방을 만들어주고 나서는 지인은 카톡방을 나가버렸다. 몇주전에 카톡방이 만들어 졌지만 서로 바빠서 시간을 겨우 맞추었다.
늘 그랬듯 소개팅 날 아침은 부담스럽다. 주말에 잠이나 더 잘껄 내가 왜 한다고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만나기로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 한껏 꾸미고 약속 장소로 갔다. 예전에 소개팅에 트레이닝복에 스냅백을 쓰고 오신분이 있었는데 무시 받는 느낌이 들어서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 상황에 맞게 옷을 안입는분이라 그런가 소개팅 내내 태도도 별로였다. 그런 충격적인 경험이후 누군가를 만날때는 최대한 꾸며 상대에게 예의를 표하려고 한다.
서로 추천한 음식점들 중 괜찮은 곳으로 예약을 했다. 늦는걸 싫어해서 약속시간보다 10분 빨리 도착해서 앉아 있었다. 상대방이 차가 밀려 20분정도 늦을것같다고 했다. 소개팅의 메카인 강남이라 그런가 아니면 가을이 와서 그런걸까 양 옆에 다 소개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들으려고 들은건 아니지만 너무 잘들려서 양 옆테이블에서 소개팅때 하는 뻔한 질문들이 오고갔다. 의도치않게 다른사람들이 소개팅을 하면서 하는 말들을 듣고 있으니 시간이 잘갔다.
상대방이 늦어서 그런지 허겁지겁 와서 앉았다. 늦은걸 엄청 미안해 했지만 집이 멀어서 충분히 이해했다. 우리도 옆테이블에서 했던 뻔한 질문과 답변들을 했다. 사는곳, 가족, 학교, 직장 그리고 주선해준 지인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초면이라 많은 정적이 흘렀고 대화는 주로 내가 주도했다. 소개팅이 아니라 한 사람을 알아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내가 묻고 싶은 것들을 물어봤다. 남녀 불문하고 내가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는 주제들이있다. 그런 주제들을 상대방에게 물어봤고 상대방은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여느 소개팅 코스가 그러하듯 밥을 먹고 카페까지 가서 얘기를 더 하다가 헤어졌다. 얘기하는 동안 나를 좋게 봐 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상대방은 집에 갈 때 다음에도 만날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물어봤지만 안될것같다고 좋게 둘러둘러 거절했다. 너무 좋은 분이었지만 대화 하는동안 대화내용에서 몰입 없이 헛바퀴가 도는 느낌이었다. 대화가 잘맞는 사람과 얘기하면 시간가는줄 모르는데 오늘은 얘기하면서 시간이 간다기보다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한것 같다. 지인을 생각해서 한번 더 봤을 수도 있겠지만 내 시간과 상대방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대화가 주는 그 느낌이 대부분 맞기에 서로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거절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도 거절당해봐서 거절당하는 느낌을 너무 잘 알기에 거절을 하면서도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소개팅은 어렵다. 주변에 소개팅으로 결혼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개팅으로 잘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소개팅으로 잘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야구로 따지면 3할만 되면 매우 성공적이고 1할만 되도 평타는 되는것 같다. 처음 보는 둘이 몇시간 동안 서로를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사람 사이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데 처음 몇시간으로는 서로의 스토리텔링이 없는 채 겉모습이나 보여지는 조건들 그리고 몇가지의 대화로만 파악해야 한다. 한사람을 알아간다는건 그 사람의 세계관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엄청난 일이기에 몇시간동안 그리고 몇번의 만남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도 없다. 올해도 파이인가보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의 꿈을 응원하며
https://www.youtube.com/watch?v=5sVNk-fSK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