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 Jaon Pires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누구나 완벽함을 꿈꾼다. 원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커질 수록 완벽함을 바란다. 과연 정말로 한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학교 다닐때 특정 자리에서 시험을 보고 좋은 성적이 나왔을 때 그 자리를 선호하곤 했다. 또한 시험을 볼 때마다 샤프, 지우개, 컴퓨터용 싸인펜은 나름의 규칙을 지키며 항상 정렬되어 있었다. 고1 때 모의고사에서 전국 2%에 든후 고2에 성적이 수직낙하를 했다. 어딘가에 갇힌것 처럼 공부가 되지 않았다. 그때 담임선생님보다 나를 오래 봐온 학원선생님이 따로 불러서 나에게 완벽할 필요는 없다며 조금 내려 놓으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바닥을 쳤으니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너무 간절한 마음에 붙기 위해서는 완벽밖에 없다며 완벽을 바라며 면접을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막상 면접을 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가고 싶은 기업 면접에서 몇번 좌절 된후 다른 면접에서 오히려 별 기대감 없이 힘을 빼고 면접을 봤을 때 좋은 결과가 많았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완벽함을 추구하는데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거장들은 아마도 강박적인 완벽함을 추구할 것이다. 특히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음악을 완성시키기 위해 하루에도 몇시간씩 연습하며 완벽에 완벽을 기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1999년 암스테르담에서 있었던 콘서트 리허설 도중 그녀 연주의 완벽함에 금이가는 일을 경험한다. 콘서트 스케줄 표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공연전 리허설에서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연주하자 머리를 붙잡으며 사색이되어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그녀에게 리허설 스케줄 표가 잘못 전달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휘자에게 못하겠다고 했지만 지휘자는 지난시즌에 한 곡이지 않냐며 할수 있다고 북돋으며 곡을 계속 이어나갔다. 리허설이지만 리허설을 보는 청중도 있었기에 그녀는 피아노 합류 파트 전까지 곡을 상기시키려 애쓰며 모든걸 포기하고 초연한 듯 피아노 파트에서 연주를 시작했고 단 하나의 실수 없이 리허설을 마쳤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은 라단조로 모차르트의 곡중에서는 드물게 단조로 되어있다. 단조로 되어있어 어둡고 비장함이 느껴지는 무거운 분위기가 흐른다. 그래서 그런지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모든걸 내려놓은 듯한 초연한 연주는 오히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다. 리허설 스케줄표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초연한듯한 느낌의 연주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때 이 무대는 클래식 FM이 선정한 연주자에게 최악의 무대로 선정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음악적으로는 훌륭한 무대가 되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예측하지 못했던 리허설 무대처럼 완벽함을 내려놓았을때의 불안정한 상태가 완벽함을 만들기도 한다. 완벽은 한번에 될 수 없다. 결국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지루한 과정을 반복하며 꾸준하게 지속되어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들도 누구보다 자신의 완벽한 무대를 꿈꾸지만 그 완벽한 무대를 위해 보통의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지루한 연습을 셀수없이 반복한다. 결국 완벽함이란 시험, 면접, 업무, 다이어트 등 각자가 꿈꾸는 목적은 다르겠지만 한치의 오차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완벽함을 내려 놓고 지루하고 따분함을 이겨내고 꾸준함을 반복했을 때 이뤄지는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64pb0XnbI&t=18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