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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Nov 19. 2023

회사에서 투덜이가 되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지양했던 것이 일하면서 투덜거리는 것이었다. 남들도 다 똑같이 힘들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는 티를 내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일을 해왔었다. 하지만 최근  팀내 턴오버 및 외부적인 상황으로 극한의 업무량에 몰렸다.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버텼는데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힘들어졌다. 내부보다 외부에서 더 힘들게 했기에 평소 꾸지도 않는 악몽을 꾸며 잠을 자기가 너무 힘들었다.


묵묵히 일하던 사람이 폭주하게 되면

현재 팀에서는 힘들어도 감정적인 티를 내지 않고 일을 잘 해왔다. 몇달간 힘들다는 소리 한번 없이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폭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가 팀원들이 내 폭주에 놀랐다. 턴오버후 한달 넘게 아침 일찍 출근하며 쉬지도 못하고  쏟아지는 업무량을 소화하느라 무리하게 업무를 했다. 숨좀 쉬려고 연차를 쓰려고 한날 어떻게 내가 연차를 쓰려던걸 알았는지 새로운 업무가 생겼다. 다들 바쁘기에 내 업무를 맡길 사람이 없어 연차를 미루고 내할일을 다했지만 끝나지 않았다. 월요일 연차가 수요일, 금요일로 밀리자 팀원들이 캘린더를 보더니 연차를 도대체 언제 쓸꺼냐고 걱정했다. 지난주 극한의 업무량과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지쳐 현타가와서 이젠 정말 못하겠다고 팀원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다들 내 상황을 알기에 공감해 주었다. 안그랬던 사람이 힘들다고 해서 그런지 팀원들에게 틈틈히 괜찮냐는 메신저와 좀 쉬라고 일부러 카페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


말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줄 안다.

예전에는 업무가 힘든건 나 혼자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다. 몇년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말 없이 업무를 하면 위에서는 아무일 없는줄 안다. 그렇게 묵묵히 일하다가 번아웃이 와서 퇴사한 동료들을 많이 봤다. 회사에 갑자기 퇴사 통보를 하는 대신 퇴사를 할꺼면 문제를 먼저 말하고 해결을 해보려고 시도는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회사통보를 받는 회사도 너무나 갑작스럽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투덜거린후 투덜거림에만 그치지않기위해 내가 맡은 파트에 왜이렇게 업무가 많이 몰린건지 내 부사수와 1시간 넘게 이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나 못지 않게 내 부사수도 업무 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정리해서 팀장님에게 면담을 신청한 후 우리의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이후 팀장님은 해결방안에 대해 조금이나마 제시해 주셨고 나아지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우리의 상황에 대해 알린것만으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한계라고 하셨잖아요

팀장님과 면담하고 난 후에도 나와 부사수는 금요일 저녁에도 야근을 하고 있었다. 몇주동안 퇴근후 회사에 항상 우리만 남아있었다. 특히 부사수가 내가 중간에서 일을 잘 쳐내지 못해 함께 야근하는것 같아 항상 미안했다. 금요일 밤 내가 마무리 하고 갈테니 빨리 퇴근하라고 했지만 부사수는 퇴근하지 않았다. 나와 끝까지 업무를 하고 퇴근하려고 하는데 그 주에 너무 힘들어서 필름이 많이 끊겨 있는데 부사수가 어떤 맥락에서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계라고 하셨잖아요"라는 말은 선명하게 가슴에 꽂혔다. 내가 너무 투덜거린것 같아 반성도 되면서 내 진짜 부족함과 민낯을 보여준거같아 민망했다. 투덜거리지 않으면 내가 견딜수 없을 것 같아 폭주했지만 다시 이성을 찾아 업무를 끝까지 해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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