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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클수록 엄마가 어렵다

3학년 첫 단원평가를 보고 왔다.

by 엄마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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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후, 첫 번째 수학 단원평가가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심화문제가 5개였는데 다 틀렸고~ 다른 것도 틀렸어~


집에서 문제집을 풀면서 심화문제를 접해보기도 했고, 1단원은 연산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시험 결과를 듣고 당황했다. 시험지를 가지고 온 게 아니라서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어느 정도의 난이도로 나왔길래 다 틀렸는지 의아했다. 반에서 제일 잘 본 친구는 90점이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100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시험이었던 것이다.


시험 문제가 얼마나 어려웠길래 다 틀렸는지 너무 궁금하다. 집에서 한 걸 생각하면 그것보다 잘 봤어야 했는데. 오답노트를 하게 되면 엄마에게 꼭 보여줘.




지금 아이가 풀고 있는 수학 문제집은 1단계가 아니라 2단계 정도 되고 정답률도 80% 이상은 되기 때문에 선생님이 아이들 수준을 가늠하고 싶어서 일부러 최상위 문제를 내신 걸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어려웠던 것 같아서 아이가 스트레스받은 건 아닐까 살폈는데 다행히 낙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pencil-2269_640.jpg 출처: 픽사베이

그리고 오늘, 아이가 오답노트를 적어왔다며 보여주었다. 문제만 적어왔길래 훑어보는데 당황스러웠다. 다 풀었던 문제였다. 풀었던 문제였지만 왜 아이가 시험문제로 만났을 때는 풀지 못했을까 의문이었다. 아이의 설명을 들을수록 내가 느낀 것은 수학 문해력의 필요성이었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제대로' 문제를 읽지 못했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우리 1호는 아니라고 했지만 읽었다는 것이 '제대로' 의미를 파악했다는 뜻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는 아직 메타인지가 그 정도로 발달되진 못했다.


수해력이 필요하다는 걸 점점 더 절실히 느끼는 하루하루가 아닐 수가 없다. 엄마 대학 과제로 아이가 어떤 수학 공부를 할 것인지를 함께 고르고 기록한 부분이 있었는데 아이가 고른 건 개념 카드였다. 정말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속도를 맞춰가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함께 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매일 느낀다. 엄마표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부족함보다는 아이의 강점을 키워줘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채워줘야 할 부분을 놓칠 수는 없으니 그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나와 아이가 서로 지치지 않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걸 절실히 느낀다.


차라리, 그냥 내가 공부를 하고 싶다. 내가 영어 공부를 하고 수학 공부를 해서 수능을 다시 보는 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이런 정보를 내가 미리 알았다면 내 대학이 달라졌겠다 하는 생각도 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내가 더 부지런히 알아보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적어도 아이가 몰라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아쉬움이 적을 수 있도록 준비된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혼자서 다 감당할 수 없다는 것도 알기에 육아가 나날이 어렵다는 결론만 나올 뿐이다.


최근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쇼츠로 많이 보인다. 그중 4살 아이가 드러누워 떼를 쓰는 상황에 할머니가 들어서자 37살 엄마도 울면서 엄마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 37살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내레이션을 들으며 우리 엄마를 생각했다. 마흔이 넘은 나도 엄마에게 육아 졸업을 선물해 주지 못했는데, 나는 언제 육아를 졸업할 수 있을까.


그래도 엄마, 나도 계속 엄마가 필요할 것 같아. 쉰이 넘고 예순이 넘어도 엄마를 부를 것 같아. 그러니까 나도 일단은 각오를 해야겠지? 아가, 너에게도 언제까지고 부르고 싶은 엄마가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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