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의 커피, 그리고 아침

아침 루틴에 대하여,

by 엄마코끼리


SE-0b118700-83c7-47b2-843f-fadc1aa8110e.png?type=w1

북토크를 하던 날 자카르타에서 온 작가님이 인도네시아 원두를 선물해 주셨다. 장에 넣어두었던 가정용 더치 도구와 그라인더를 꺼냈다. 수동 그라인더를 힘차게 돌리면 그 시간부터 커피를 준비하는 시간이 된다. 더치로 내리면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기 전에 해둔다. 밤새 내려둔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준비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처럼 비가 와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에는 아침부터 원두를 갈아 따뜻하게 드립으로 내린다. 커피로 시작하는 아침이 선물 같았다.


스몰 스텝 리스트를 펼치고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플래너를 쓴다. 일어난 시간에 따라 등교를 하고 와서 아침 일과를 계속한다. 커피 하나 더했을 뿐 다른 건 그대로인데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할 때 좋아하는 차를 마시거나 하는 게 지속하는 힘을 준다고 하는 걸 어느 책에서 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E-d89dab71-a632-49ee-8744-d481aafe1c28.jpg?type=w1 출처: 픽사 베이

아침을 기대하게 할 수 있는 도구는 특별하고 대단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기분 전환이 될 만한 작은 일로 충분하다. 커피를 내리고, 하루를 맞이하는 각오를 쓴다. 필사를 하고 책을 읽는다. 별것 아닌 것들로 채워진 나의 아침이 소중한 건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시간을 지켜내고 싶은데 늦어지는 육퇴는 아침 시간 너무 좋은 핑계가 되어 게으름을 피우게 한다. 피곤하니까, 잘 쉬지 못했으니까 누운 채로 핸드폰을 켜고 조금 퍼져 있는다. 그럼 순식간에 아이들을 깨워 등교를 시켜야 하는 시간이 된다. 편하게 쉬었으니 더 개운하고 힘이 나야 하는데 그런 날은 어김없이 더 힘이 빠진다. 나만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하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침을 깨우는 작은 의식은 침대에서 나올 수 있을만한 작은 기쁨이면 충분하다. 요즘 나에겐 테이블에 펼쳐둔 플래너, 준비된 커피, 그리고 그날 읽을 책과 필사노트면 충분하다. 스몰 스텝에 조금 더 부담감을 주기 위해 필사는 친구와 함께 하고, 독서는 모임에 들어갔다. 일과를 기록하기 위해 수첩을 사고, 줄어드는 커피를 보며 커피를 살지 아니면 티를 주문할지 고민한다. 아침의 소소한 행복이 나만의 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분 좋게 시작한 나의 하루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담아 건네는 인사가 되고 남편에게 힘을 주는 에너지가 되면 좋겠다.

SE-f61a150c-5c7a-4367-b034-38804545ae8b.png?type=w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가 클수록 엄마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