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호가 5교시만 하고 다른 일정이 없는 수요일이다. 1시 반부터 3시까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3시에 동생을 데리러 갔다. 연휴가 길었기 때문인지 유치원에 가기 너무 싫어해서 평소보다 하원을 빨리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동생 하원 전에 최대한 공부를 해 놓아야 했다. 하지만 친구랑 노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짧게만 느껴지는지 한 시간 반을 놀고도 모자랐나 보다. 하원한 2호가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했다.
엄마, 오늘은 쉬는 시간 없이 계~~속 공부할게. 놀이터 잠깐 가게 해줘~
나는 오늘도 속기로 했다. 대신 짜증 내거나 징징대면 정말 혼나게 될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각오했다. 그리고 지금, 밤 열시가 넘도록 우리 어린이는 아직도 공부 중이다. 중간중간 10분, 20분 쉬는 시간을 안 줄 수는 없어서 쉬게 했다. 다만, 짜증 내거나 징징대지는 않았다. 그것도 놀라웠다. 약속을 지키기는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오늘 조금 더 자란 아이를 느꼈다.
집에 들어온 시간이 4시였고, 4시부터 지금까지 밥 먹은 시간과 쉬는 시간 두 번 가졌을 뿐인데 열시를 넘겼다. 자꾸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나거나 말소리가 들리면 그 오만군 데가 다 궁금하고 알고 싶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하루의 시간은 정해져 있어.
네가 다른 일을 하면서 쓴 시간만큼 다른 곳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거야.
아이에게 정말 자주 해주는 말인데, 아무리 해줘도 아이에겐 와닿기 힘든 말인 것 같다. 오늘도 아이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아직 덜 놀았고, 해야 할 것도 남아있다. 근데 내일은 생존 수영을 가야 해서 등교도 빨리해야 한다. 아침에 피곤하면 짜증이 나고 짜증을 내면 엄마한테 혼난다. 그래서 일찍 자야 하는데 할 일이 안 끝난다. 나라고 다를까. 아침부터 지금까지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침부터 서두른다고 해도 중간중간 방해받는 상황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나도 이 시간에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이걸 바꿔야지 하는데도 못 바꾼 채 백일 백 장의 60퍼센트를 지나고 있다.
이번 달 성장해빛 지정 도서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으면서도 육아와 연결이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6개월마다 혁신하라고 했던 조언의 핵심 질문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독인데 이 문장이 처음 본 것처럼 내게 다가왔다. 육아도 루틴대로 해내기만 한다고 다가 아니었다. 아이와 엄마표로 학습을 하면서도 꾸준히 혁신을 해야 하고, 집안일의 루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내가 먼저 본을 보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시간 활용을 잘 해야겠다. 그래서 변화를 먼저 만들고 아이에게 좀 더 여유 있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그건 당장 지금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일단 오늘은 많이 늦었기 때문에 여유 있는 척 마무리하기로 한다. 끝까지 화내지 않고 오늘을 마무리하면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