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로그 양식 업그레이드
요즘 나는 감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특별히 분노의 감정을.
다른 감정은 가정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 화를 내는 건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곤 했다.
조금 더 서로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방법으로
화가 나는 순간, 그 감정을 쏟아내는 대신 멈추고 기록하는 걸 연습하기로 했다.
그 이름은 앵거 로그(Anger Log), 말 그대로 ‘화의 기록’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당신의 분노는 무기가 된다>에서 배운 것이다.
며칠 전, 간단한 양식을 만들어봤는데 막상 적으려고 보니 너무 간단했다.
'언제, 왜, 어떤 감정이었는지'만 적어서는 그 감정의 결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늘, 조금 더 자세한 항목들을 추가해서 양식을 수정했다.
앵거로그 작성법
1. 화가 난 그 순간에 바로 적는다.
2. 분노를 폭발하는 대신 기록한다. (6초 멈춤)
3. 일주일 정도 지난 후 원인을 찾아보고 해석한다.
4. 분노의 내용을 추가하지 않는다.
작성법 자체는 어려울 게 없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일단 6초를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화를 다 내고, 짜증도 다 낸 다음에야 뒤늦게 앵거로그를 썼다.
그렇게 적는 게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고, 특별히 분노라는 건 더더욱 이성적일 수 없기에,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화를 낸 후에라도 적자.
그리고 나중에는 화를 내기 전에 ‘기록’을 먼저 떠올리며 6초를 멈출 수 있게 되기를.
아이와 함께하는 감정 연습
이 앵거로그는 나 혼자 하려고 시작하는 건 아니다.
아이의 감정 조절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고민하고 책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다.
'아이에게 감정을 알려주고 싶다면 먼저 자기 안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와 교환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감정에 대한 글쓰기로 일기를 쓰고 주고받으면서
고여있는 감정을 건강하게 풀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트가 배송 지연으로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생각처럼 바로 시작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 나부터 연습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감정을 기록하고, 돌아보고,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분노에 휘둘리지 않고, 그 감정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은 작지만 중요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