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기억될 나의 소망

눈을 감고 시 한 편을 고르다

by 엄마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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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택배를 열자마자 향기가 났다. 숲 내음 같기도 하고, 뭔가 편안해지는 향에 시집을 펼치고 코를 바짝 대고 킁킁거렸다. 향기 시집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우리나라 1호 향기 작가인 한서형님이 책에 소망 향을 입힌 거라는 설명이 있었다. 책을 받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향기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마음을 소망으로 채우고 싶을 때, 눈을 감고 책을 펼친다. 우연의 힘을 믿으며 펼쳐진 면의 시를 읽는다. 책에 코를 가까이 대고 향을 음미한다.

<소망 마음속에 기르다>, 나태주, 한서형


책의 서문에 쓰여있던 문장을 보자마자 눈을 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았다. 내가 고른 페이지에 있던 시는 정말 딱, 소망으로 내 마음을 채워주는 시였다.

SE-5a51b152-c06f-48db-a4fb-db3d1d0af877.jpg?type=w1 <소망 마음속에 기르다>, 나태주, 한서형

오늘도 해가 뜨고, 꽃이 피고, 바람이 지나고, 새가 우는 오늘, 네가 멀리 있는 오늘을 좋은 날 하자고 말하는 시가 내 눈앞에 있었다. 시작이 좋았다. 기대감이 차올랐다. 지금 내가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펼친 페이지에 좋은 날이라는 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목차

이 책은 살아있음은 힘이 세다/ 이런 상상 이런 꿈/ 하늘빛 상상력/ 흰 구름 보며 빈다 이렇게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소망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현재 살아있음에 대한 시와, 꿈에 대한 시가 있었다. 그리고 상상력은 소망이었고, 마지막에는 내 소망을 적어보는 페이지가 있었다. 소망을 적고 향을 충분히 맡아 기억하면 향을 맡을 때마다 소망이 떠오르게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내 마음에 다가온 시

원래도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했는데, 향기 시집을 읽으며 특별히 더 다가온 시가 있었다. 고르고 골라서 두 편만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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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입구.png

슬픔으로 마르고, 근심으로 늙는 그런 날, 익어가는 꽃씨도 슬프고, 그 예쁜 구름까지 근심이 되는 그런 날에도 안기고 싶어 안달하는 어린 사랑에게 슬픔과 근심이 되고 싶지 않다는 그 고백이 무겁게 다가왔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한 날에도 안기고 싶어서 안달하는 내 어린아이에게 나는 저렇게 따뜻한 고백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멈칫하는 순간, 향기가 위로로 다가왔다.


나무 위에 내린 눈은 꽃이 되고 길바닥에 내리면 쓰레기가 된다는데 나는 어디에 내린 눈이 되고 싶냐는 질문은 그 어디를 결정하는 건 나의 몫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나는 어디에 내린 눈이 되고 싶을까.


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면서, 이 두 편의 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위로가 되었고, 다짐이 되었다. 이제 나에겐 소망을 적는 페이지가 남아있다. 무엇을 적어야 할까 고민을 하며 향을 맡아본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리고 이제 다시 소망을 떠올려본다.


마치며,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향처럼 오래 남는다. 시집에 향기를 입히니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두고 시를 읽을 수 있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내 옆에 있는 시집은 계속 향으로 내 마음을 만져준다. 오늘 내 마음의 소망 하나를 향기와 함께 심는다. 곧 피어날 그 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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